다시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는 상지대학교 사례는 우리나라 사립학교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어오다가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혐의로 물러난 옛 사학 재단 쪽에 학교운영권을 돌려줄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리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사실 상지대 사태와 유사한 경우를 수없이 보아온 터라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보다 '이윤창출'에 더 관심
먼저 우리나라 대학에서 사립대학의 비중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 2008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설립 및 운영의 주체를 기준으로 국ㆍ공립 대학의 비율이 22.2%인 반면, 독립형 사립대학의 비율은 77.8%에 달한다. 이 정도의 사립대학 비중은 75.8%인 일본보다도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고인 미국도 사립대학 비중이 28%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서유럽에서는 국ㆍ공립대학이 95%를 상회할 정도이다. 압도적 사립대학의 비중은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만만치 않은 현실적 조건이 될 수 있다.
대학교육의 질적 지표인 교원확보율이나 교육비 투자비율에서 사립대학은 국ㆍ공립대학에 비해 열악하다. 또한 사학재단의 교육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재단전입금의 경우 대학 예산 중 평균 5.6%에 불과하다. 과연 우리 사립대학의 학교운영 목적이 '교육'이 아니라 '이윤창출'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더욱이 적지 않은 사립대학이 행정, 인사, 재정 등에서 각종 비리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물론 사립대학이 그 동안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점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인재양성에 묵묵히 힘써온 건전 사학이 있는 반면, 파렴치한 기업에 못지않게 온갖 비리를 일삼아온 비리사학도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교육계에 커다란 상처와 갈등을 남긴 사학법(私學法) 개정 과정을 회고해보면, 건전사학과 비리사학이 동원하는 자기방어 논리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사립학교 문제를 둘러싼 주된 담론은 자율성과 공공성이다. 사립학교법인의 학교 지배권 확장의 명분이 자율성(autonomy)이라면, 국가권력의 법인에 대한 간섭은 공공성(publicity)이라는 용어로 포장되어 왔다. 비리사학에게 자율성은 자신들의 치부(恥部)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였던 셈이다. 반면 국가기관이 비리사학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면에서, 건전사학은 예기치 않게 '일방적인' 공공성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사학정책의 근본적 딜레마이다. 결국 향후 사학법의 개정 및 제정은 건전사학과 비리사학을 섬세하게 구분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립대학의 운영이 초ㆍ중등학교에 비해 더욱 다양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함은 분명하다. 동시에 학교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적 의사결정은 사립대학의 기본적인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미국식 대학 모델을 그토록 추구하는 우리 사립대학들이, 소유와 운영이 분리되어 있고 외부인(layman)이 의결 및 감사에 참여하는 이사회(trustee)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국 사립대학의 지배구조는 정작 본받지 않는 것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걸핏하면 사유재산권 행사라는 헌법적 근거를 무기로 내세우는 사립대학 재단은 학교재정의 10% 정도를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엄정한 잣대로 '옥석' 잘 가려야
일부 비리사학이 일으킨 흙탕물로 인해 건전한 사학의 존재가 가려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사학연합과 같은 법인연합은 제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비리사학에 대한 자율적인 정화노력도 기울이길 바란다. 아울러 교육행정당국은 건전사학에 대해서는 행정ㆍ재정적으로 최대한 지원하면서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일관된 제재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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