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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 한은 총재, 통화정책 독립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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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 한은 총재, 통화정책 독립 말할 수 있나

입력
2010.05.0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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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독립성 상실과 선제적 대응의 실기(失機)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를 맞아 비상대책으로 처방한 2% 기준금리를 "경기가 장기 성장경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 지금까지 14개월째 요지부동 움켜쥐고 있어서다. 한은이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를 주장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이에 통화정책의 주도권마저 정부에 넘겨준 느낌이다. 기획재정부 장ㆍ차관이 수시로 저금리 당위성을 들먹이며 시장을 어지럽혀도 한은은 묵묵부답이다.

한국일보가 엊그제 국내 거시경제ㆍ통화금융 분야 경제ㆍ경영학 교수 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는 "중앙은행 독립은 훼손될 수 없는 가치"라던 김중수 한은 총재의 취임사가 빈 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현행 2% 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므로 상반기에 금리를 올리되 그 속도는 점진적인 게 바람직하다"는 이들의 지배적 의견은 더블딥 가능성을 걱정하며'민간 자생력 회복의 확인'을 고집하는 김 총재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

더구나 4월 금융통화위 회의에서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 지연, 물가상승 압력 증대, 자산가격 오름세 확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금통위원들은 올 1월부터 정부(기획재정부 차관)가 행사하는 열석(列席)발언권에 불만을 표시하며 적어도 금리를 결정하는 시점엔 정부를 배제할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눈앞의 실적을 위해 저금리를 마냥 끌고 가려는 정부의 직ㆍ간접적 압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그런데도 김 총재는 취임 첫 일정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찰떡공조를 약속하고 이후 정부의 잇단 통화정책 간섭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금리 방향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중앙은행 총재라면 경기 회복세에 부합하는 금리 수준에 대한 분명한 의견을 내놓고 시장의 판단과 신뢰를 구하는 게 정도다. 그래야 정부를 견제하고 국내외의 금리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권위도 생기는 법이다. 한은이 청와대나 기재부의 '남대문출장소'가 되는 수치를 자초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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