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석유시추시설 폭발ㆍ침몰에 따른 원유 유출량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 환경오염은 물론, 관광 및 해양산업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면서 미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2일 뒤늦게 사고해역인 뉴올리언스의 베니스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례없는 환경재앙이 될 수 있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다짐에도 불구, 유출된 기름이 멕시코 만류를 타고 동쪽인 대서양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방제작업에 더욱 비상이 걸렸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이날 미시시피 삼각주에서 플로리다 펜사콜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어민 조업을 최소한 열흘간 전면 금지했다.
지난달 20일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유출된 원유는 최소 160만갤런(약 600만리터)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타드 앨런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CNN 방송 회견에서 "심해유정의 덮개가 완전 유실될 경우 원유 유출량이 하루 10만배럴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하루 5만배럴이 가장 높은 추정치였다. 이 경우 원유 유출량이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된 1989년 엑손 발데즈호 사고 당시의 1,100만갤런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 당국은 2단계 대책을 검토중이다. 첫번째는 74톤 규모의 대형 원형덮개를 심해로 내려 보내 파이프를 봉쇄한 뒤 유출되는 원유를 해수면의 저장탱크로 뽑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또 지금처럼 깊이가 1.6㎞가 넘는 심해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어 현실성이 의문시된다. 작업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 6~8일이 걸린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근처에 2개의 대체 유정을 파 원유의 유출을 이곳으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NBC 방송에서 "하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시나리오"라며 "두세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얘기이다. 미 언론들은 당국의 대책을 두고 "작은 돌맹이로 덩치 큰 사냥감을 사냥하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기후변화 법안도 급브레이크가 걸릴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핵심인 법안에 공화당의 초당적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환경론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알레스카와 델라웨어, 플로리다 등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의 원유 시추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연안 시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했다.
빌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은 "법안은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추허용을 철회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법안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을 끌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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