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작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죠.”
3일 오전 9시10분께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 국방부 신청사 앞에 버스가 멈춰 서더니 양복 입은 사람 11명이 딱딱한 표정으로 내려섰다. 천안함 침몰 사고 특별감사에 나선 감사원 행정안보국 소속 요원들이었다. 지난주부터 진행된 예비감사를 통해 이미 사전 준비를 마친 듯 일부 요원들은 엄청난 분량의 서류 뭉치를 분홍색 보자기에 싸서 들고 왔다.
군은 애써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사상 초유의 군 작전 감사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군 관계자는 “무기 도입 결과나 회계, 인사 등에 대한 감사는 일상적 일이지만 군의 생명인 보고 체계와 작전 등에 대한 직무감사는 처음”이라며 “감사원이 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들은 곧장 3층에 있는 임시감사장으로 향했다. 원래 2층에 국정감사장으로 활용하는 대회의실이 있지만 4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 앞서 준비와 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3층으로 밀렸다. 같은 시각 나머지 요원 18명은 국방부 구청사 회의실로 향했다.
요원들은 감사장에 도착하자 테이블 위에 준비된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별다른 말없이 모니터를 응시했다. 지원에 나선 일부 국방부 감사반 요원들만 분주하게 움직일 뿐 감사장은 시종일관 적막감이 감돌았고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다.
국방부는 이날 천안함 침몰 이후 자체적으로 벌인 전비 태세 검열 결과 등 관련 자료를 요원들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서류를 챙겨 오고 수시로 보고하는 일반감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 요원은 “군 기밀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유출 가능성이 있는 서류가 아닌 노트북 모니터로 열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요원들은 국방부 청사에서 향후 감사 일정과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감사장 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차분하게 죄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숱한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새로운 비리를 터뜨리기보다는 기존에 제기된 범위 내에서 한 점 남김없이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이번 감사는 이날부터 17일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 작전사령부, 해군 2함대사령부 등 천안함 침몰 당시와 이후 수습 과정에서 지휘 계통에 있던 부대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해작사 등 지방 부대에 대한 본격 감사는 4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필요할 경우 군 전문가와 특별조사국 소속 요원들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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