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와 통화금융 분야에 정통한 학자들의 다수가 "금리인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 것은 "경제는 회복되는데 비정상적 금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
현재 기준금리 2%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던 지난해 초 결정된 것인데, 1분기 성장률이 7.8%로 나왔고 민간연구소 뿐 아니라 한은 스스로도 올해 5% 이상 성장률을 전망하는 상황에서 이 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에 대해선 학자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얼마나 올려야 하나
우선 과감하게 올려야 한다는 '매파'적 주장이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금리를 정상화하면서도 완화기조는 유지할 수 있다"며 "유동성 위기는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적정금리로 가려면 연말까지 3.5%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학자들은 '인상은 하되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는 '비둘기'입장에 더 무게를 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 위해 당장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후 한번만 더 올려 연말 금리는 2.5% 정도가 되면 적절하다고 봤다.
성태윤 연대 교수도 "상반기안에 0.25% 정도를 올려서 시장의 반응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한 후,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순 서울대 교수는 "한 달만 기다려 고용 지표를 확인하고 6월께 올리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작년 말이나 연초에 올렸어야 하는데 이미 때를 놓쳤다"고 판단하면서도, 아직 경제주체들에게 사전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인상 시점으로 3분기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강인수 숙대 교수는 아예 4분기~연말 정도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남유럽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여건이 불안정하므로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민간 자생력 회복"을 제안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대다수가 현 상황에서 '민간 자생력 확인'보다 '선제적 대응'이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을 보니 경기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자금이 많기 때문에 물가불안이 심화될 수 있어 선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 역시 "단기금융시장 왜곡 등 저금리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고 물가 심리가 생성되면 비용이 매우 크다"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허찬국 충남대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을 보면 민간 자생력도 어느 정도 살아난 것 같다"며 "당장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향후에 문제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조금씩 상향 조정하는 것이 시장에도 좋다"고 말했다.
반면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지금 경기 회복은 민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지출 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출구전략을 했을 때 '더블 딥'까지 우려되므로 민간 자생력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중수 총재에 대한 평가는
한편 취임 1개월을 맞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학자들 대부분은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관련,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태윤 교수는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유지하더라도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점을 시장이 신뢰하도록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교수는 "정부에 협조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서 "정부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자기 판단에 의해서 결정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조기 금리인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강성진 교수 역시 "요즘 김 총재가 무슨 말을 해도 시장이 반응을 안 한다"며 "이미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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