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인 호감은 오래 못 가는 것 아닙니까. 잔재주를 부리기보다 뚝심 있게 기다리는 게 제 체질입니다."
락앤락, 한경희스팀청소기를 잇는 홈쇼핑업계의 대박상품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가마솥 중탕기법을 현대화해 가정에서 다양한 보약과 건강식품을 만들 수 있게 한 압력 중탕기 '오쿠'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현대홈쇼핑, GS샵, CJ오쇼핑에서 판매중인 오쿠는 2003년 12월에 설립된 중소기업 헬스쿠킹하이텍㈜의 제품으로, 이 업체는 지난해 오쿠 단일 품목으로만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품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한 김영진(64) 회장은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게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성공이라고 표현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고집통' 소리를 들어가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느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주변에 누가 되는 업체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오쿠는 "수증기의 열과 압력으로 식품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는 가마솥 중탕기법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제품이다. 20대 때부터 판매업을 해 온 그는 소비자 기호를 살피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품 개발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물건을 팔다 보면 제품 관련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신제품 아이디어까지 떠오른다"는 그는 1990년대 초 국내 최초 전기압력보온밥솥인 모닝컴 개발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압력밥솥을 전기화하면 소비자에게 유용하겠다는 생각에 여러 제조업체에 개발을 의뢰했던 김 회장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결국 백방으로 연구원을 섭외해 가며 직접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바로 이 전기압력보온밥솥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오쿠를 만든 김 회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세계 시장 공략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마솥 중탕 조리법의 생산기지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중소기업 제품으로는 이례적으로 국산 부품만 쓰고 있고 이달 중으로는 중국에 판매 법인도 세울 예정이다.
"진실성이 없으면 굳건한 듯 보이는 기반도 모래성과 같을 뿐"이라는 김 회장은 판촉에 관해서는 "구매한 소비자가 제품을 잘 쓸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2008년부터 수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중탕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강 요리법을 담은 책을 3권이나 발행, 구매자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그는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죽기 전에 우리나라 전래의 중탕기법을 기필코 세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