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한 뒤 영화를 보고, 서점에서 책을 보며 가족들과 외식까지 할 수 있는 복합문화쇼핑센터.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일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을 한 곳에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처럼 새로운 소비 문화의 원조가 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몰이 3일로 개장 10돌을 맞는다.
코엑스몰은 2000년 5월3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 복합 쇼핑몰로 문을 열었다. 무역센터와 코엑스 전시장 아래 지하 29만㎡에 자리한 코엑스몰은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이어진 교통의 요지인데다가 주변의 특급 호텔 및 백화점, 대기업, 고층 빌딩군이 밀집한 지역한 강남의 한 복판에 자리잡으면서 개장하자마자 몰려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코엑스몰의 등장은 젊은층의 쇼핑ㆍ여가 문화를 순식간에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루종일 코엑스몰 안에서 쇼핑과 여가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젊은층이 생기면서 '몰워커'(Mall-Walker)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지하 복합 쇼핑몰을 생쥐처럼 휘젓고 다닌다는 의미에서'몰랫'(Mall-Rat)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사실 코엑스몰이 처음 기획된 것은 1996년이었다. 업무상 무역센터를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단순히 이들이 한 번 자고 가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쇼핑과 외식, 여가, 오락 등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게 당초 취지였다. 이후 2년의 기획ㆍ설계, 2년의 공사를 거쳐 코엑스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
하지만 코엑스몰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담당자들은 2년간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를 비롯해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 전세계 유명 쇼핑몰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장ㆍ단점을 꼼꼼히 분석해 계획을 세워야 했다. 특히 공사가 시작된 1998년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이 때문에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고, 결국 실패할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엑스몰 개장 전 열린 분양 설명회에는 5,000여명이 몰리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코엑스몰 성공 이후 복합문화쇼핑몰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왕십리 비트플렉스 등 코엑스몰 이후 등장한 전국의 유명 쇼핑몰이 코엑스몰처럼 쇼핑과 여가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표방하고 있다. 유흥문화를 빼면 내세울 게 없던 강남에 유흥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고급 소비 문화 공간이 정착됐다는 점에서도 또 다른 문화사적 의미도 적잖다. 밀레니엄 세대의 등장과 코엑스의 몰의 탄생이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주목된다. 새로운 세대는 소비도 그전 세대와 구별을 한 셈이다.
코엑스몰의 인기는 지난 10년간 여러 가지 기록으로 이어졌다. 현재 코엑스몰에는 축구장 40개와 맞먹는 공간에 461개의 크고 작은 점포가 입점해 있다. 지금도 아시아 최대 규모다. 하루 유동인구는 주중 10만명, 주말 15만명. 연간 평균 5,000만명이 코엑스를 찾고 있다. 지난 10년간 무려 5억명이 이곳을 오간 셈이다.
브랜드별 매출액 전국 1, 2위를 달리는 매장도 수두룩하다. 영화관 메가박스는 최근 수년간 경쟁사를 포함한 전국의 복합 상영관 가운데 입장관객 순위에서 1위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수족관 아쿠아리움도 입장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오수영 코엑스 홍보팀 차장은 "쇼핑몰 건축주나 시공사,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과 외국인 등 연간 2,000여명이 코엑스몰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며 찾아올 정도로 코엑스몰은 이제 복합쇼핑문화공간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