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남 청양군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구제역이 확인됨에 따라 연구소에서 키워 오던 희귀종 '칡소(사진)' 14마리도 살처분을 면치 못했다.
충남 축산기술연구소는 1996년 암수 한쌍을 들여와 지금껏 칡소 연구ㆍ보급 사업을 벌여 왔으나, 이번 구제역 사태로 애지중지 아껴 왔던 소를 모두 잃게 돼 14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칡소는 머리와 온몸에 칡덩굴 무늬가 있는 전통 종으로,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빼기 황소가 바로 이 품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 무늬를 닮았다고 해 호반우(虎班牛)로 불리기도 하며, 전국에서 1,000여마리(암소 600여마리, 수소 400여마리)만 사육되고 있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준상 멸종 위험종으로 분류된다.
축생(畜生)이라 해서 생명의 경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번 구제역 사태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소 4만 8,000여 마리 중에서는 세간에도 잘 알려진 '이름 있는 소'가 적지 않다. 13일에는 혀로 목탁 소리를 내 각각 '우보살', '신우보살', '광양우보살'이라는 법명까지 받았던 인천 강화군 선원사의 소 3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우유를 생산해 '우유왕'으로 선정됐던 경기 김포시 한 농장의 슈퍼 젖소도 살처분을 피해 가지 못했다. 1997년에 태어난 이 젖소는 일생 동안 보통 젖소의 3배가 넘는 14만 4,771㎏(200㎖ 팩 70만개)의 우유를 생산했고 잔병 치레도 없었지만,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최근 2마리의 딸과 함께 매몰됐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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