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 할머니는 제 할머니인 동시에 제주도민의 할머니입니다. 사람들이 만덕 할머니가 보여준 나눔과 베풂의 삶을 알고 조금이라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 후기 대표적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가 굶주린 제주도민을 구한 의녀 김만덕(1739∼1812)의 선행을 기려 쓴 친필 편액이 제주의 품으로 돌아왔다.
김만덕의 오빠인 김만석의 6대손인 김균(79ㆍ경남 마산시 거주)씨는 1일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서 가보(家寶)로 소장해 온 추사의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진다)' 편액을 사단법인 김만덕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가로 98㎝, 세로 31㎝ 크기의 편액은 추사가 제주 유배시절 재산을 팔아 마련한 곡식으로 제주도민을 구한 만덕의 선행을 찬양해, 오빠의 3대 후손에게 써 준 것이다. 그러나 그 후손들이 제주도를 벗어나면서 편액도 제주도를 떠났었다. 김균씨는 "만덕 할머니의 선행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편액을 한 가문의 것으로만 소장하는 게 분에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눔 쌀 만섬 쌓기와 TV 드라마 등을 접하면서 이 편액이 제주의 보물임을 알게 됐다"며 "만덕 할머니도 '내 뜻 대로다'라며 칭찬하실 것"이라고 했다.
기념사업회는 이 편액을 김만덕기념관 설립 이전까지는 국립제주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 고두심 상임대표는 "만덕 할머니의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이 편액과 함께 더욱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사가 제주 자생 벚나무에 쓴 이 편액은 추사체 완성 직전의 격동기인 1840~1844년 사이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정위원들은 "추사가 이 편액을 누구에게, 왜 주었는지가 잘 설명돼 있어, 유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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