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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4월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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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4월아, 미안하다

입력
2010.05.0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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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아, 미안하다.

진달래꽃들에게 더 미안하다.

펜을 들고 더 미안하다.

3월을 지나온 바람아, 잘 가.

K 시인에게 부칠 편지 끄트머리에

3월이라고 썼다가

'3'자와 '월'자 사이에

+1을 끼워 넣는다.

3+1

3은 귀만 같은데 1은 무심히

귀를 베는 면도날

사과 엉덩이를 베는 시큼한 칼날

개미허리 위 구둣발

아래 봄은 피는데

브래지어 곁 넥타이

사이 꽃은 피는데

쉬잇, 쉿

말을 쪼개고

구름을 가르고

입술 앞 검지가

너를 겨누고 있는 중이다.

미안하다.

남산 끝

4월 하늘아,

● 4월과 5월 사이에 남중국해 같은 게 있나 봅니다. 5월로 건너오니 꼭 다른 나라에 입국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철쭉이며 라일락이며 모두 피어 겨우내 어두웠던 동네 골목이 환해졌습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5월 햇볕과 바람에 이다지도 감격하는 처지가 다 된 것일까요? 골목 한 귀퉁이를 걸으며 그런 한탄 비슷한 걸 해보다가 문득 저도 4월에게 미안해지네요. 그렇게 춥고 우울했던 건 4월의 잘못만은 아닐 텐데, 4월 내내 한 생각이라고는 "추워 죽겠어. 지긋지긋해" 뿐이었네요. 4월아, 미안하다. 이제 다시 오지 않을 2010년 4월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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