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만화의 걸작 (홍구희 옮김)가 마지막 제 5권으로 완간됐다. 만화 전문 애니북스가 펴냈다. 지난해 나온 1~3권에 이어 올해 1월 제 4권까지, 만화 팬이나 산악인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줄거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다음 권을 기다려온 화제작이다.
해발 8,000m급 고산 등반에 목숨을 거는 산악인들의 치열한 영혼을 생생하게 묘사한 감동적인 작품이다. 퇴마사를 소재로 한 '음양사'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일본의 스토리텔링 대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원작 소설을 작가주의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가 그렸다. 지로는 일본의 격주간 만화잡지 '비즈니스 점프'에 2002~03년 연재한 이 작품으로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화상을 받았다. 치밀한 배경 묘사와 연출로 유명한 그의 만화는 등이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돼 마니아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는 1924년 영국의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가해 에베레스트 정상을 불과 200m 남기고 실종된 조지 맬러리, 산에 미친 고독한 천재 클라이머 하부 조지, 기이한 인연으로 하부와 엮이는 사진작가 후카마치 마코토를 세 꼭지점으로 해서 전개된다. 맬러리는 실존 인물이고 나머지 인물과 이야기는 허구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왜 힘들게 산을 오르느냐는 질문에 맬러리는 그렇게 답했다. 등반 사상 가장 유명한 말이다. 그의 시신은 1999년 발견됐지만, 그가 등정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공식적으로 에베레스트는 1953년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초등한 것으로 돼 있다.
후카마치는 네팔 카트만두의 고물상에서 우연히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원정 때 갖고 간 것과 똑같은 기종의 낡은 카메라를 입수한다. 그게 맬러리의 카메라이고 그가 등정에 성공했다면, 정상에서 찍은 사진 필름이 있을 터. 맬러리의 초등 미스터리에 사로잡힌 후카야마는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카메라의 원 주인, 하부를 만나게 된다. 하부는 맬러리의 루트를 따라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반에 나서고, 후카마치는 이 계획에 동참한다. 하부는 돌아오지 못한다. 하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마지막 제 5권에서 밝혀진다. 놀랍고도 숙연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지로의 그림은 감탄스럽다. 아찔한 고도와 까마득한 벼랑, 무시무시한 눈과 강풍 등 히말라야의 자연과, 허공에 매달린 채 사투를 벌이는 산악인의 처절한 순간 등을 묘사하는 솜씨가 압권이다. 외로운 늑대 같은 하부의 캐릭터는 쉽게 잊지 못할 만큼 강렬하다. 사건을 추적하듯 추리 기법으로 펼치는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산을 잘 모르는 독자라도 짜릿한 흥분을 느낄 법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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