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군인에 못돌려준 돈' 안타까워 성금으로 50만원 기탁
70대 할머니가 '고(故) 천안함 46용사'와 유족을 위해 써달라며 특별한 사연을 담은 성금을 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3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배모(74)할머니가 전날 모금회를 방문, "천안함 희생 장병을 위해 써달라"며 50만원을 기탁했다. 그가 가정부 등 허드렛일로 힘들게 모은 돈을 선뜻 내놓은 데는 35년 전 한 군인에게 진 '마음의 빚' 때문이다. 경기 의정부에서 여관을 운영했던 그는 1975년 젊은 군인이 머물렀던 방 이불 아래에서 1,000원짜리 지폐 25장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하루 여관비가 5,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나중에 돈을 찾으러 오겠지'하며 돈을 보관했으나 그 군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형편이 어렵던 차에 그 돈을 생활비 등으로 썼다.
천안함 침몰 사고로 젊은 장병이 안타깝게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35년 전 기억이 떠오르면서 순직 장병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고 고민 끝에 한 달간 가족 몰래 가정부 일을 하며 모은 50만원을 모두 모금회에 기부한 것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배 할머니가 '천안함 사고로 숨진 장병 소식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35년 전 일도 생각나 마음의 빚을 갚으려 천안함 희생 장병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하시며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안함 희생 장병이나 유족과 연고는 없지만 모두 똑같은 군인 아니냐. 적은 액수지만 마음만은 35년 전 만났던 군인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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