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상하이(上海) 한중 정상회담을 양국간 천안함 논의의 출발점으로 풀이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두 정상의 오늘 논의는 양국 논의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하지만 이 평가는 '물이 반쯤 찬 컵'과 같다. 논의 기반이 마련돼 "물이 반이나 찼다"는 해석과 구체적인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반 쯤밖에 차지 않았다"는 풀이가 동시에 나올 수 있다.
청와대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천안함 희생자 위로 발언에는 중국의 '깊은 관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 주석이 한국측의 사고 원인 조사 노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회담 결과가 5월 중순 양제츠 외교부장 방한, 5월 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방한 등을 계기로 진행될 한중간 추가 천안함 논의에 큰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수석은 "두 정상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양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됐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는 중국이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 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 대응하려는 한국측 입장을 십분 이해했기 때문에 중국측 협력을 이끌어낼 든든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 지렛대를 지닌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은 천안함 사태 대응에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후 주석의 위로 발언은 중국 최고 지도부가 직접 밝힌 첫 발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지만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4월20일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 경로로 한국 정부와 피해자 가족에게 위문과 애도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한국 조사 태도 평가도 종전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 주석의 발언은 '확실히 설득력 있는' 결과가 나와야만 중국이 행동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측이 천안함 침몰 후 북한을 의식해 24일간이나 애도를 공식적으로 표하지 않았던 정황을 돌아보면 후 주석의 이날 태도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양 정상은 이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협력을 심화하자는 의지가 확고했다. 결국 이날 회담은 이 대통령이 한중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천안함 사고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강도 높게 촉구한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후 주석의 위로 발언을 듣고 "5,000만 한국 국민과 유족에게 전하겠다"며 5,000만이라는 숫자로 한국의 의지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듯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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