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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흑백 레이더 "프로 연파 박영롱 왜 입단 못하나 비현실적인 특례제도 문턱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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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흑백 레이더 "프로 연파 박영롱 왜 입단 못하나 비현실적인 특례제도 문턱 낮춰라"

입력
2010.04.3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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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명인전 통합예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기사는 사실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였다. 전국 아마추어 랭킹 7위로 아마선발전을 거쳐 통합예선에 진출한 박영롱(21)이 첫 판에서 국내 프로기사 랭킹 3위 최철한을 이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최원용 이춘규 등 신예강호들을 잇달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명인전 통합예선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결승전에서 박영훈에게 막혀 탈락했지만 그의 활약은 요즘 아마 강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박영롱은 올초 열린 3개 기전에서 프로를 상대로 무려 8승2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특례입단에 필요한 점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바둑사이트에서는 박영롱의 선전에 대한 격려와 함께 한국기원의 특례입단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최근 타이젬이 소개한 한 네티즌(xoch56)의 의견을 옮겨 싣는다.

최근 국내외 기전에서 아마추어기사들이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아마 돌풍'의 주역 박영롱은 올해 명인전과 비씨카드배, KT배 등 3개 국내외 대형 기전 통합예선에 출전해 프로를 상대로 8승2패를 거뒀다. 공교롭게도 명인전과 비씨카드배서 모두 랭킹 4위 박영훈을 만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박영롱이 이긴 기사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먼저 최철한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세계 최정상급 기사고 최원용과 이춘규 역시 50위권 안에 드는 강자다. 또 권형진 서무상 이상훈도 100위 안팎의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다. 박영롱이 상대한 프로들의 랭킹과 단위를 감안하면 그는 이미 프로 중에서도 고단자급이요, 랭킹으로는 60위권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아마추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례입단 자격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비씨카드배 LG배 등 세계대회 8강에 오르거나 명인전 KT배 등 대형 국내기전 4강에 진출하면 특별 입단이 허용된다. 또 국내외 기전에서 거둔 성적에 따라 일정 점수를 부여, 누적 점수가 5점이 되면 입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마추어가 막바로 5점을 획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세계대회 8강, 국내기전 4강에 들려면 프로기사 중에서도 랭킹 10위 이내의 실력자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신참 프로기사 한 명 뽑는데 국내 프로기사 240명 중 '톱 10' 안에 드는 실력을 요구한다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인 것 같다.

누적점수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박영롱은 쟁쟁한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8승2패를 했지만 겨우 2점을 얻는데 그쳤다. 이 비율로 보자면 입단에 필요한 5점을 만들기 위해선 앞으로 12승3패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결국 총 20승5패, 승률 80%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현역 프로 중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입단을 열망하는 프로지망생들에게는 이런 규정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큰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이렇게 입단의 문턱을 높게 만들어야 하는가. 기왕에 세계대회와 국내기전에 아마추어의 참가를 허용하고 입단문호도 넓히기로 했다면 대승적 견지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마 강자들에 대한 대폭적인 입단 문호 개방과 함께 또 하나 한국바둑의 시급한 과제는 어린 꿈나무의 발굴이다. 얼마 전 끝난 LG배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216명의 기사가 참가해 불과 5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반면 중국은 55명이 참가해 11장의 본선티켓을 가져갔다. 한국바둑의 참담한 패배였다.

더욱 두려운 것은 나이 어린 기사들의 등장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998년생 리진청 초단의 날카로운 눈빛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국에는 1993년생 이하의 프로기사가 무려 31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박정환과 김기원 둘 뿐이다. 현재 입단제도 아래서는 10대 초반에 입단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게 정설이다. 과거 한국 바둑계가 이창호를 비롯해 나이 어린 신예들을 대거 입단 시켜 세계 바둑계를 석권했듯이 기재가 뛰어난 어린 기사들을 적극 발굴해 조기에 입단시켜 내일에 대비해야 한다.

■ 박영롱은 누구/ 올해 3개 기전서 프로에 8승2패

1992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바둑을 배웠다. 2000년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 장수영바둑도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프로 입단을 목표로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했다. 2001년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 갔지만 입단을 하지 못하고 나이 제한에 걸려 2008년에 퇴출 당했다. 하지만 반드시 프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요즘도 도장에서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하루 12시간이상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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