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융권에서는 또 하나의 진기록이 탄생했다. CEO 5연임. 대부분 '지긋한' 나이에 시작해 임기 내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CEO라는 자리를 감안하면, '월급 사장 15년'은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록을 세운 이는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박종원(66) 사장이다. 박 사장은 지난 29일 열린 코리안리 이사회에서 이사로 재추천돼 다음달 주주총회를 통해 2013년까지의 사장직을 확정하게 된다.
박 사장은 스스로를 곧잘 '성공한 낙하산'으로 부른다. 1998년 그는 재정경제부 공보관을 끝으로 관료 생활을 마감하고 파산 직전의 대한재보험(현 코리안리) 사장에 임명됐다. 재무관료출신이 금융기관장으로 나가는, 전형적인 '낙하산'이었던 셈.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그 해 2,800억원 적자가 예상되던 회사를 단숨에 37억원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의 인사 원칙은 좋은 사람을 뽑기에 앞서 안 될 사람을 뽑지 않는 것. 임원들의 승진 추천명단에 없으면, 웬만해선 발탁 인사도 하지 않는다. "취임 초기 정치권 실세의 부탁, 노조위원장까지도 원칙에 안 맞으면 예외 없이 잘랐더니 자연히 청탁이 줄어들더라"는 게 그의 회고다.
그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금융권에서도 유명하다. 직원들의 오랜 공기업 마인드와 적당주의를 타파하는 데는 해병대 출신인 그의 거침없는 의사소통 스타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박 사장 취임 이래 코리안리는 연 평균 12%의 놀라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13위, 아시아 1위 재보험사라는 현재 코리안리의 위상은 연임행진의 1등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해 78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이끌어 낸 박 사장은 2020년까지 코리안리를 세계 5위의 재보험사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는 "철학이 같은 오너(원혁희 회장)가 든든하게 뒷받침해 줬기에 오늘의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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