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로 예상됐던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정식서명이 또 다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인 이유는 협정문 번역작업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는 것인데, 재정위기로 연쇄 신용등급 하락을 맞고 있는 유로존의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29일 "5월 초로 예정됐던 한ㆍEU FTA의 정식서명이 다소 지연 될 것으로 보인다"며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협정문을 EU 집행위원회가 22개 언어로 번역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ㆍEU FTA 정식서명이 5월 초에 이뤄질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뜻. 특히 이번에는 다음 정식서명 전망 시점도 나오지 않아 실제 정식서명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한ㆍEU FTA의 정식서명은 당초 '올 1ㆍ4분기'에서 '4월 중'으로 연기된 데 이어, 다시 '5월 초'로 미뤄진 상태였는데 이번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로 국가 신용등급이 연쇄 하락하고 있는 유럽의 신용등급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는 상황에서 한ㆍEU FTA 문제는 자연스럽게 우선 순위에서 제외됐을 것"이라며 "정식서명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만들어진 협정문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기계적인 것으로, 시간이 이렇게 걸릴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혜민 대표는 "한ㆍEU 양측은 일찌감치 '2010년 발효'시킨다는 데 대한 동의가 있었다"며 "잠정발효 조항을 통해 우리 국회의 비준 동의만 있으면 EU 회원 각국 의회의 비준 없이도 FTA를 발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ㆍEU FTA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24조원(3.08%) 증가, 고용 59만명 창출, 무역수지 흑자 28억5,000만달러 등의 효과를 전망한 바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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