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열풍이란다. 열풍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싶어 몸을 담았다. 재미가 만만찮다. 한 3주 동안 몸살을 앓을 정도로 푹 빠졌었다.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매일같이 그를 연결하고 즐겼다. 아차 싶어 슬쩍 발을 빼려 했지만 이젠 금단 현상이 발목을 잡는다. 잠깐이라도 그를 접하지 않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궁금해 안달하는 내 모습을 본다.
주변에선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묻는다. 그냥 평범한 재미다. 그냥 그렇고 그런 보통 사람과 보통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다. 내가 따르겠다고 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터넷 화면, 스마트폰 화면에 매분 매초 수북이 올라온다. 직장의 애환, 정치 불만, 부부생활, 자식 걱정, 기자들의 사건사고 찾기, 정치인의 넋두리… 온 세상의 이야기가 초 단위로, 내가 만든 페이지에 올라온다. 하루의 민심을 '퉁' 쳐서 한번에 다 알게 해주는 그런 공간이랄까.
내가 올린 글은 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곧 바로 알려진다. 내가 따르는 자와 나를 따르는 자를 엮으니 여기가 한국 사회의 하루를 드러내주는 최첨단 방향계가 된다. 그래서 이 주제 저 주제 던져보고 답도 얻고 민심도 읽는다. 미디어 일방의 목소리가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시민의 태도를 읽기에 이만한 매체가 없다. 이름 그대로 시민이 소곤소곤, 재잘재잘, 수군수군대는 평범한 민주공간이다. 사람 만나기가 제한된 터에 그 많은 수다 친구를 한번에 얻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나.
한번은 트위터 상에서 한 기자와 글을 나눴다. 둘이 곱창을 먹기로 의기투합했다. 글을 본 다른 참여자가 곱창 친구 되기를 청했다. 모두 일곱 명이 곱창 파티에 참여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한 곱창집 주인이 글을 올려 자신의 집으로 오기를 청했다. 글 올리는 사람끼리 은근한 정이 오가는 트위터 공간인지라 그를 물리치지 못했다. 장소는 트위터하는 주인이 있는 홍대 앞 곱창집, 참여자는 서로 모르는 대학생, 사업하는 사장님, 영화감독, 기자, 교수, 잡지 편집장, 영화제작자.
처음 대하는 8명이 곱창을 둘러싸고 앉았다. 성명, 출신학교, 고향 등을 물으며 친근함으로 다가간다. 금방 친구가 된다. 스마트폰으로 지금 이뤄지는 만남을 트위터에 전한다. 잘 익은 곱창을 사진 찍어 전하는 일은 기본이다. 사실상 전국에 실시간 중계를 하는 셈이다. 댓글이 붙는다. 먹고 싶다는 말, 누가 모여 무슨 이야기를 나누냐는 질문 등등.
수다 떨기와 중계하기를 뒤로 하고 일어나 계산대에 나섰다. 22만 5천원. 곱창집 주인이 묻는다. 트위터 상에서 따르는 사람의 숫자가 얼마나 되냐고. 따르는 자 1인에 10원씩 할인해준단다. 마침 참가했던 기자에게 1만 7,000명의 따르는 자가 있어 17만원을 할인받았다. 기자는 영수증과 주인을 사진 찍어 1만 7,000명에게 할인 소식을 전했다. 진위 여부를 묻는 글이 줄을 잇는다. 곱창집 주소, 약도를 묻느라 소란스럽다.
트위터 덕에 친구도 얻었고 싼값에 맛있는 곱창 파티도 해냈다. 새로운 재미로 다가오니 트위터 떠나기가 더 어려워졌다. 곱창집 주인은 할인 단박에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했다. 1만 7,000명은 각자 자신을 따르는 트위터러에게 다시 그 소식을 전할 게 뻔하니 마케팅에 걸린 사람은 17만명 이상이었을 것이다. 주인도 트위터 떠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으리라 짐작된다. 핸드폰 안에, 컴퓨터 안에 이렇듯 새 세상이 들어왔다.
트위터를 소셜 미디어라 부른다. 사람을 엮어주는 매체란 뜻이겠다. 곱창 사건으로 보면 적절한 이름 같아 보인다. 새로운 사회 한 쪽이 더 보태졌다는 말도 되겠다. 그 새로운 미디어를 전하고 경험해보길 권하며 트위터식 대화법으로 비평을 전했다(독자 제위의 해량 있으시길). 지금보다 좀더 폭넓게 친구를 사귀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참여를 권할 요량으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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