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광고 허용으로 드라마 외주 제작사와 방송사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제작사들은 간접광고 수익을 방송사가 직접 가져가기 때문에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방송사들은 광고 판매권을 제작사에 줄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외주 제작사 대표인 A씨는 "과거에는 외주 제작사들이 기업들의 협찬을 받아 드라마 제작비의 60% 이상을 충당했는데, 간접광고가 허용되고 나서는 방송사들만 돈을 벌게 됐다"면서 "제작비가 줄어 회사 운영조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외주 제작사들이 문을 닫으면 '아이리스' 같은 대작은 물론 일반 드라마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외주 제작 비율은 40%에 달한다.
협찬광고나 간접광고나 특정 상표가 직접 노출되는 것은 같다. 하지만 협찬광고는 '협찬 고지에 관한 규정' 위반이다.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 'OO사 협찬'이라고 밝히는 것만 허용할 뿐이다. 지난 1월 방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허용된 간접광고는 프로그램 시작 부분에 간접광고가 포함됐음을 고지하고, 상표 노출은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5%,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못하는 등 규정을 따라야 한다. 간접광고는 방송사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판매하며, 드라마의 경우 5월부터 간접광고가 포함된 프로그램이 방송될 예정이다.
제작사들은 방송사가 벌어들인 간접광고 수익을 나눠 가질 것이 아니라 아예 직접 광고주와 계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승수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드라마와 간접광고의 제작은 외주 제작사가 하는데, 광고는 직접 팔 수 없도록 한 것은 문제"라며 "제작사가 계약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의 입장은 다르다. 박성수 MBC 드라마국 부국장은 "일부 부실한 외주 제작사 때문에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떨어지는데 광고 판매까지 직접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방송의 공공성을 생각해서라도 방송사가 직접 판매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중 간접광고를 시행해보고 이후 수익 배분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허웅 SBS 드라마국장도 "외주 제작사의 제작비가 부족하다면 일부 보전해줄 필요성은 있지만 이는 간접광고 수익의 몇 퍼센트를 줄 것인가의 문제이지 제작사가 직접 광고를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작사가 광고주와 직접 계약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학과 교수는 "방송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주 제작사의 사정을 너그럽게 볼 것 같지 않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방송사가 돈의 흐름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이 벌어들인 간접광고 수익을 제작사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넉넉히 떼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송 교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 제작사가 계약 주체가 되는 것이 프로그램의 양질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다만 "과도한 상표 노출로 시청을 방해할 것이냐의 여부는 시행 후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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