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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4월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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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4월의 끝

입력
2010.04.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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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4월의 끝에 닿는다. 달력에 오늘이 불안한 물음표처럼 찍혀있다. 올 4월은 내가 만난 4월 중에서 가장 지독했다. 유난히 긴 겨울추위 속에서 기다렸던 4월이었는데 시도 때도 없는 비와 바람, 그리고 눈까지 퍼붓는 4월이었다. 4월에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기도 했다.

햇볕이 금싸라기처럼 귀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4월에 피어야 할 꽃 중에서 많은 꽃이 5월로 이월됐다. 올해는 과일 값이 만만찮을 것이다. 수박, 참외… 남쪽의 과일농사는 폐허에 가깝다. 당신들의 식탁에도 비상이 걸릴 것이다. 남새 값이 빠르게 급등하고 있다. 생선 값이 폭등한 지는 오래다.

동해안에 참가자미가 잡히지 않는다. 내가 즐겨 찾는, 참가자미로 국을 끓여내는 식당은 값을 올리지 못하고 참가자미 양을 3분의 1로 줄였다. 그걸 탓할 수 없다. 현실이다. 금고등어 금갈치도 더 이상 '국민생선'이 아니다. 귀한 몸이다. 날씨를 탓하지 마라. 날씨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이 이상하다.

한 해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동안에 지구촌에는 참으로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지진은 무엇을 예언하는 징조일까. 군함이 두 동강 나고 헬기가 떨어지는 우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불안하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오면 또 어떤 재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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