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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린이 인권의 새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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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린이 인권의 새 싹

입력
2010.04.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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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비가 봄을 저 멀리 쫓아낸 듯하나 그래도 봄이다. 100년 만의 매서운 추위로 모두가 움츠렸던 긴 겨울 동안, 인권의 새 싹을 틔울 준비를 해 온 선생님들이 있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교사가 함께 모여 "인권감수성 UP, 인권침해 DOWN"이라는 주제로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특성과 욕구를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아동과 자신의 권리를 함께 찾아 옹호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5회기 30시간에 걸친 모임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교사의 인권 감수성은 바로 새 봄에 틔울 인권의 싹이요, 어린이날을 맞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다.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노력

나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존중하는 일은 사람살이의 기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활짝 열어 나와 남이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권리와 남의 권리를 똑같이 존중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인권 교육의 목표이다.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 제42조는 아동은 물론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아동 권리에 대해 교육하고 홍보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동 권리가 당위적 선언이나 법적 규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동 권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일상 생활 속에서 매일 호흡하듯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1991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 교사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수업교재로 삼았다가 교감에게 호된 질책을 들었다. 교감은 "불온문서의 출처가 어디냐?"고 다그쳤다.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는 "이 협약은 유엔이 제정한 것이고 우리도 교육할 의무도 있다"고 설명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과 같이 나의 권리와 남의 권리를 똑같이 존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인권 교육은 그나마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고, 방과후 아동들이 야간까지 생활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제한되어 있다. 학교가 실시한 인권 교육의 효과성이 가정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연계되고 통합되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 인권위원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한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인권감수성 향상 프로그램은 선행연구와 당사자의 의견에 근거하여 개발되었다. 인권 감수성 척도를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교사들의 인권 감수성이 평균 13.7점 높아졌다. 이들의 상황지각능력, 결과지각능력, 책임지각능력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이는 곧 이 프로그램의 효과성이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구성된 소모임 활동과 소통을 통해 센터에서 당면하는 문제와 지역별 상황을 서로 공감하고 지지하며 교사 자신의 선택이 아동에게 미치는 결과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향상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전국적 확산 지원을

이제 정부는 모든 아동의 권리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이 틔운 인권의 싹을 전국에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참여교사들의 의견을 기초로 아동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아동, 부모, 학교 교사, 공무원, 기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42조를 이행해야 한다.

따뜻한 5월을 기대하며 방정환님의 <어린이선언문> 이 떠오른다. 특히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라는 권고는 바로 꾸중다운 꾸중 방법이요 인권 교육의 초석이다. 이 마음은 인권의 싹을 틔운 선생님들의 마음과 같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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