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허정무 감독에게 ‘한 수’를 가르치며 팀을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 놓았다. 최고의 골 감각을 자랑하며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축구황제’로의 등극을 준비 중이던 리오넬 메시를 무득점으로 완벽히 봉쇄, 한국의 월드컵 본선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의 막강 공격력을 틀어 막을 수비 비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인터 밀란은 29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누 캄프에서 열린 지난 대회 ‘디펜딩 챔피언’ FC바르셀로나와의 4강 원정 2차전에서 제라드 피케에게 골을 허용, 0-1로 패했다. 그러나 21일 홈 경기에서 3-1로 이겼던 인터 밀란은 1,2차전 합계 3-2로 앞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인터 밀란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선착한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5월23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유럽 축구의 정상을 놓고 진검 승부를 펼친다. 인터 밀란이 승리할 경우 1965년 이후 45년 만에, 뮌헨이 우승컵을 품을 경우 2001년 이후 9년 만의 정상 등극이다.
초반부터 수비에 치중하던 인터 밀란은 전반 28분, 티아고 모타가 상대 선수의 얼굴을 쳐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의 바르셀로나였지만 10명이 전원 수비에 나설 정도로 뒷문을 굳게 걸어 잠근 인터 밀란의 촘촘한 수비에 막혀 좀처럼 골망을 열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27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메시는 그라운드에서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90분 내내 꽁꽁 막혔다.
무리뉴 감독이 개인기와 스피드가 탁월한 메시의 봉쇄 작전으로, 지역 협력 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볼을 잡고 드리블을 시도하려고 하면, 3~4명이 순간적으로 에워싸 빈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당연히 특유의 돌파에 이은 슈팅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팀 동료에게 간혹 크로스를 배달했지만 평소의 위협적인 모습의 메시는 아니었다. 후반 종료 10분을 남기고 보얀의 빗나간 헤딩 슛을 이끌어 낸 크로스가 이날 메시의 활약상으로 꼽힐 정도였다.
평소 상대국의 경계 선수에 대한 비디오 분석을 철저히 하는 허 감독이 이날 무리뉴 감독의 ‘질식 수비’ 해법을 벤치마킹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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