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국제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28일 스페인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하락 등 잇따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발 유럽 국가채무 위기 경고가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에 일으킨 파장 때문이다.
이로 인해 S&P, 무디스,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이 도마에 올랐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S&P가 스페인 신용등급을 낮춘 소식을 접한 뒤 “신용평가회사들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믿을 필요는 없다”고 이번 평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리스는 물론 유럽연합(EU)에서도 S&P가 유로존 16개국과 IMF 등이 마련한 450억유로 상당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책의 중요성을 도외시한 채 신용평가 강등 강행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는 얘기다.
가디언 등 주요 언론들은 과거 신용평가회사들의 실책에 주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미 에너지 회사 엔론이 파산하기 전까지도 신용평가회사들은 엔론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했었다. 가깝게는 2008년 미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공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샹탈 휴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왜 과거에 잘못했던 이들이 지금은 옳다고 해야 하는가”라며 “지금처럼 극도로 힘겹고 민감한 시기에는 신용평가회사들도 책임 있고 엄격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고 일침했다.
신용평가회사는 자신들이 평가하는 회사가 주 수입원이어서 평가 공정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때문에 미국과 EU는 ▦평가방법 공개 ▦내놓은 평가에 대한 정밀심사 ▦실패한 평가에 대한 책임 규명 등 신용평가회사에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규제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키로 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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