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며 독자적 기술을 쌓고 또 쌓아라.”
중소기업에서 시작, 이젠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기업에서 나타나는 공통점 중 하나다. 현란한 전략이나 외적인 성장을 꾀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 분야에 집중하며, 꾸준히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성공 비즈니스의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이사장 정병철)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새로운 기업 환경과 중소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성필문 스테레오픽쳐스 회장은 이날 ‘할리우드도 인정한 강소기업! 스테레오픽쳐스의 성공비결을 말하다’란 주제 발표를 통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을 내다보고 10여년전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쌓아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레오픽쳐스는 2차원(2D)영상을 3차원(3D)으로 변환하는 컨버팅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 원리는 이렇다. 영화의 한 장면을 정지시켜 놓고 원근감을 계산, 가상의 공간에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새로운 영상을 만든다. 이렇게 창조한 영상을 원래의 영상과 합치면 마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서로 다른 영상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입체감이 구현되는 것. 스테레오픽쳐스는 2008년부터 할리우드 영화사의 3D 컨버팅 입찰에 12차례 참가,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제임스 밀러 전 워너브러더스 사장조차 기술력에 반해 미국법인 대표직을 수락했다. 무엇보다 독자 개발 소프트웨어의 힘이 컸다. 최근에는 워너브러더스의 ‘캣츠&독스2’ 등 할리우드 2D 영화 11편을 3D로 전환하는 작업도 맡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는 374억원으로, 직원수도 지난해 50명에서 올핸 3,15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자고 일어나 보니 하루 아침에 스타 기업이 된 것 같지만 사실 성 회장이 입체영상 분야에 뛰어든 것은 10여년전인 1998년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을 시도한 것도 2001년부터이다. 결국 그 동안 한 우물만 파며 기술력을 쌓아온 결과가 비로소 10여년만에 열매를 맺고 있는 것. 성 회장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할리우드 시장을 꾸준히 두드린 결과, 이젠 주문량을 소화해 내기도 어려울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는 세미나에서는 유영희 유도실업 회장이 원천기술 100%의 세계 1위 핫러너 시스템 기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밝힌다. 핫러너란 플라스틱 성형의 핵심 부품으로 금형에 원료를 공급할 때 열선을 내장, 화학 수지가 굳지 않고 골고루 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해 준다. 4대째 가톨릭을 믿는 집안에서 자란 유 회장은 당초 사제의 길을 걸으려고 하다 대학 1학년 때 사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속’(俗) 안에서 ‘성’(聖)을 실현하겠다며 기업인이 됐다. 몇몇 기업들을 전전하다 ‘핫러너’에 눈을 뜬 뒤 1980년 친구 사무실 구석을 빌려서 자본금 500만원으로 출발한 게 바로 지금의 회사다.
유 회장은 무엇보다 원천기술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결국 기술의 원천’임을 깨닫고, 이익이 생기면 모두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한 것. 지금도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일임해도 기술만은 직접 챙긴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연구개발 예산은 무한대다. 이러한 투자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2위와의 격차를 30%포인트 이상 벌려놓고 있다.
유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이를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경영자의 의지”라며 “혼을 녹일 정도의 열정으로 고객의 꿈이 숨 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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