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전체 염기서열은 30억개나 된다. 이 가운데 어떤 특정 위치의 염기서열은 다양한 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단일염기 다형성(SNPㆍ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이라고 한다. 최근 연구결과 사람마다 300만~400만개의 단일염기 다형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전할 때, 500~600개의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가진 염기서열변이와 그 자신만의 염기서열변이가 있는 셈이다. 유전학자들은 이런 다양한 염기서열 차이가 개인차를 만든다고 본다.
현대의학은 암을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질병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개발되는 대부분의 항암제는 유전자 이상을 제어하는 것이다. 대표적 항암제가 유방암에서 사용하는 허셉틴이다. 이 약은 유방암 환자에서 Her2라는 유전자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한다.
최근 폐암에 대해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2만개의 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폐암 환자는 유전변이를 기반으로 질환을 나눌 수 있다. 즉 환자마다 질병 발생에 이르는 과정이나 원인을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치료에까지 확대하면 원인 유전자 양상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맞춤의학의 기본정신이다. 즉 개인차에 따라 진료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맞춤의학을 구현하려면 개인의 모든 염기서열을 판독하고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 사람의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을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analysis)’이라고 한다. 20년 전에는 한 사람을 분석하는 데 13년간 3조원이 들었고, 2년 전에는 3개월간 12억원이 들더니, 이제는 두 달간 5,000만원, 앞으로 4~5년 이내에는 며칠이나 하루 이내에 100만원만 들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는 환자가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분석을 통한 새로운 맞춤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분석은 모든 질환에서 전통적인 의료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혁명적 기술이 될 것이다.
최근 삼성의료원은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LT)사, 삼성SDS과 함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서비스에 대한 공동연구의 첫 발을 내딛었다. LT사는 전세계 염기서열분석장치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장치가 제품화되고 있지만 실용화하려면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 또 한 사람당 30억개의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하려면 대규모 정보처리 능력과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할 정보처리회사의 참여도 필요하다.
이처럼 공동 협력을 통해 유전체 연구와 실용화를 하려는 것은 전세계에서 아직 전례가 없는 시도다. 혁명적 신기술을 수용하고 실용화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체계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맞춤의학 분야가 세계의학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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