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오프 적용 대상을 기업에 떠 넘기면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뭐하러 법을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 A기업 노무담당자)
# "누가 적용대상인지를 놓고 노조가 파업을 하게 생겼어요. 자칫 7월 1일 개정 노동법이 시행과 동시에 기업마다 노사 분규가 발생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B기업 사장)
7월1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개정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 적용을 놓고 노동계는 최소한만 적용, 나머지는 노사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사 자율에 맡길 경우, 법 적용을 놓고 사업장별로 노사 대결이 격화할 뿐 아니라 결국 과거로 돌아 간다는 것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로 건전한 노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일정 한도 내 활동에 대해 유급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28일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방편인 만큼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기존 노조 관행상 선출직 전임자가 아니면서도 대의원 등 각종 명목으로 전임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타임오프를 쓰는 인원을 적절한 수준에서 정하지 않으면 전임자 무임금 제도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개정 노동법 24조 4항으로 '근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 협의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법률이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 관리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의 근로자를 전임자로 국한하여 해석해야 하고, 타임오프 한도 적용대상 또한 전임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노조전임자를 포함해 근무시간 중에 노조간부가 노조활동을 기획, 지시하거나 대의원이 대의원대회에 참석하는 시간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임자에 국한해 근로시간면제 총량을 정한다면 사용자와 교섭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의 활동에는 전임자외 노조간부들로 구성하고 면제된 총량에 유급전임자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조 교섭위원 20명 중에 노조가 전임자는 2명만 참석시키고 나머지 18명은 대의원으로 교섭위원을 정한다면, 사용자는 타임오프 총량한도와는 별개로 18명의 대의원에 대하여 전임자처럼 유급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무임금을 뼈대로 하는 개정 노동법의 취지가 사라지는 셈이다.
재계의 이 같은 우려는 타임오프 도입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구성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의 실태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근면위가 5,000명 이상 대기업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필요한 평균 전임자가 4.29명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3배에 가까운 12.86명이 사실상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은 선거로 선출한 전임자가 18명이지만 대의원과 사업부 대표 437명, 단체협약상 전임자 73명, 임시상근자 58명, 상급단체 파견 13명 등 무려 581명의 전임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근면위는 30일 사업장 규모별 타임오프 한도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사가 절대양보 불가 입장을 내놓고 있어 일정을 일주일 정도 미루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일선 기업별로 사정이 달라 타임오프 적용대상을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법 취지와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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