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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높이기, 교통안전이 먼저다/ <하> 안전문화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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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높이기, 교통안전이 먼저다/ <하> 안전문화가 경쟁력이다

입력
2010.04.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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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교통법안 60건… 총체적 '정체'

#아시아의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이바라키시에는 10년 넘게 중앙 정부의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에서 파견된 교통사고 분석팀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교통사고의 요인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도로 정비와 교통 단속 등에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 교통 전문가는 "비슷한 사고분석센터는 있지만 주로 가ㆍ피해자의 과실책임 규명에 열중하는 우리나라와는 수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교통안전 문화는 단지 몇 가지 제도나 단속을 강화해 이룰 수 있는 경쟁력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의식 개선은 물론, 장기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교통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교통안전, 관심도 주체도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교통안전 관련 법안은 무려 60여개. 음주 단속기준 및 적성검사 강화, 운전중 DMB시청 금지 등 '정치색'과는 무관한 민생 법안들이지만 이 가운데는 수년간 심사조차 미뤄지고 있는 법안이 적지 않다. 한 교통관련단체 관계자는 "무엇보다 의원들의 관심이 적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일선 교통안전 업무를 담당 중인 지방자치단체에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바라키시처럼 지자체마다 교통안전대책회의가 구성돼 있고 여기에는 중앙ㆍ지방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지역의 경찰ㆍ기상대ㆍ교육청ㆍ소방대 등까지 함께 참여해 종합적인 교통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통사고에 영향을 끼치는 날씨와 어린이들의 준법의식까지 모두 감안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지자체마다 교통안전위원회를 두도록 하고는 있지만 참여인력이 지방 공무원과 경찰 정도로 제한적인데다 회의 개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수석연구원은 "지자체마다 교통환경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정책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내려가는 '톱 다운'식이어서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뒤처리보다 미래 대비해야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의 교통정책이 '소를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숱한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2002년 경찰과 정부부처가 공동 출자한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를 설립, 국토교통성의 도로환경 조사내용, 경찰청의 인명피해 사고 데이터 등을 종합해 DB화하고 분석한 뒤 정부와 지자체가 벌이는 교통관련 사업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지역마다 사고위험 지역의 특성과 유의할 점을 알려주는 교통안전지도도 제공 중이다.

사고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의식개선이 절실하다는 건 기본이다.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교통법규 준수율을 높이려면 그저 단속강화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린 시절 학교교육 과정에서부터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본부장은 "우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종합보험만 가입하면 사고 시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기형적 제도가 있는 나라"라며 "사고에 따르는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이 교통질서 확립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나이롱 환자' 등 車보험사기 작년 2237억

보험사기는 매년 급증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6년 1,780억원대이던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지난해 3,304억원으로 급증했고 사기에 가담한 인원도 2만6,000여명에서 5만4,0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극히 일부분만 적발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사기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한 해 지급되는 보험금 가운데 보험사기로 새나가는 돈이 대략 10% 수준인 2조2,300억원(2006년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사기만 줄여도 소비자들이 내는 보험료는 가구당 13만8,000원씩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험사기는 교통사고 관련 사기가 많은 손보업계 쪽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기규모는 2,237억원, 4만6,000여명이 적발됐다. 이는 전체 보험사기 금액의 무려 67.7%로, 2,3위를 차지한 보장성 보험(13.7%)과 장기보험(13.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교통사고를 줄여야 하고 불필요한 곳에 쓰이는 보험금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가 나도 보험이 다 처리해 준다는 의식과 교통사고를 일종의 금전보상 기회로 여기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기비용은 줄이기는 요원하다는 것. 실제 '나이롱 환자'로 잘 알려진 교통사고 입원자의 병원 부재율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10~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김성 보험조사팀장은 "보험사기를 전담할 컨트롤 타워와 함께 수사 전담기구 설립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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