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신용등급강등이 국내 시장에 악재였다.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환율은 상승했다. 하지만 그리스 변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사안인 만큼, 유럽 전역의 위 혹은 세계적 더블딥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시장흐름 자체를 역류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28일 주가하락과 환율상승은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날 우리나라 코스피 하락률은 0.89%로, 전날 유럽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2~3%대 급락하고 미국 다우지수도 1.9% 하락한 데 비하면 미미해 보였다. 물론 개장 초 2%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장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개인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진정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는 남유럽 재정위기라는 악재가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닌데다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처럼 전세계적 유동성 수축을 불러올 가능성을 시장에서 높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유럽 자금이 빠져 나와 아시아,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더 지속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이번 사태가 우리 금융시장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자금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TED 스프레드가 상승했으나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을 보면 글로벌 유동성이 강하게 축소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TED 스프레드란 미 국채 수익률과 영국 라이보 금리의 격차로,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글로벌 자금에서 달러화 자산, 즉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위험 회피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회사가 그리스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2,500만달러고, 포르투갈에서 차입한 금액은 없다"며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어제 당국의 개입으로 달러화 매도 심리가 위축된 시점에 그리스 악재가 불거지면서 당분간은 환율이 1,100원을 하향 이탈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그러나 외국인 주식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어 2분기 내 1,000원대 진입 가능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지난주를 정점으로 어닝 시즌이 마무리된 데다 미국 증시도 8주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해, 이번 그리스 사태가 조정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기적으로 주가가 더 올라가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고 글로벌 악재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며 "내달 중순까지는 유럽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술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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