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0대 풍력 발전 회사 중 하나인 중국의 골드윈드(Goldwind)는 지난해 금융 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미국 미네소타주 풍력 농장의 지분 70%를 사들였다. 이에 앞서 독일 풍력 회사 베네시스(Venesys)도 인수, 화제를 모았던 이 회사는 매년 5억위안 이상을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하며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
# GE는 최근 중국 양저우(揚州)에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2020년까지 현대식 전력망 설치 등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4조 위안(666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밝힌 점을 감안, 중국과 함께 손을 잡고 글로벌 녹색 산업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중국의 녹색 산업이 전 세계를 집어 삼킬 듯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녹색 혁명'을 기치로 내건 중국 정부는 이 부문에 수백조원을 쏟아 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국 기업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고, 해외 선진 기업 유치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글로벌 기업들도 발 빠르게 화답하며 중국의 '녹색산업 블랙홀'이 되는 형국이다. 자칫 미래 성장 동력의 중요한 축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설 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이다.
가장 빠르게 커가는 분야는 풍력. 지난해 중국의 풍력 신규 발전 용량은 1만3,000㎿(메가와트)로, 전 세계 신규 용량의 34%를 차지했다. 총 발전 용량도 2만5,104㎿로 미국(3만5,159㎿), 독일(2만5,777㎿)에 이어 세번째다. 중국 정부는 특히 해상 풍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월 1,000㎿ 용량의 풍력 농장에 대해 입찰을 실시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를 투자, 용량을 3만㎿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친환경자동차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지난 한 해 중국의 태양전지 생산량은 4,100㎿로 전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20년 태양광 목표 발전량을 2007년 제시했던 목표치 1.8GW(기가와트)보다 10배나 많은 20GW로 상향 조정했다는 것. 맥킨지는 2030년 중국의 전기자동차 규모가 7,000억∼1조5,000억 위안으로 커져 전체 자동차 시장의 20∼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투자 규모도 깜짝 놀랄 정도다. 전문조사기관 Pew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청정 기술 투자액은 346억달러로 미국(186억 달러)의 2배에 가깝다. 더군다나 2025년부터는 국내총생산(GDP)대비 환경 분야 투자액을 현재 1.4%에서 2∼3%까지 올릴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녹색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거는 것은 빠른 경제 성장과 도시화 과정에서 원유 수입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세계 온실가스 증가량의 3분의 2를 내뿜는 나라란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국제 사회의 압박도 한 몫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녹색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중국 녹색 기업들의 행보도 거침없다. 태양전지를 만드는 썬텍은 차세대 태양전지 생산 기술에 기반한 저비용 모델로 설립 8년 만에 세계 2위 회사가 됐다. 2006년 일본 최대 태양광 패널 기업 MSK를 인수한 데 이어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을 위해 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니켈수소 전지 회사 바오썽은 영하 60도∼영하 50도에서도 충전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300㎞를 달릴 수 있는 니켈수소 전지를 개발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2025년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되겠다는 BYD자동차는 2008년 세계에서 처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F3DM'을 만든 데 이어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양산,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의 녹색 잠재력은 한국에겐 '양날의 칼'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선희 KOTRA 처장은 "중국 내수 시장이 커진 것은 득이지만 중국 기업의 급성장은 한국 관련 기업에겐 큰 부담"이라며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낮은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한편 실력있는 중국 기업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중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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