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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도가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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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도가 필요한 사회

입력
2010.04.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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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갈등을 치유하려고 그 동안 적대시 하던 진보와 보수학자들과 논객들이 서로 만나 토론하는 장이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토론 참가자는 진보와 보수만 있을 뿐 중도는 없다. 중도 이념을 가진 국민이 다수이지만 중도는 빠지고 양극의 논의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조사에서 한국인 이념 분포의 최빈값은 5점으로 중도가 대세임을 보여준다.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중도의 분포가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진보와 보수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정치 지배

근래 잇따라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들은 이념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 천안함의 비극은 보수세력의 결집을, 소위 검사 스폰서 사건은 권력형 부패추방을 외치는 진보세력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세력의 결집에 대한 우려와 위기의식으로 인해 진보와 보수가 각각 똘똘 뭉칠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중도는 무색무취하고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동원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들이 주로 중도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 무당파를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적 결집을 못하는 정치적 무능집단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무당파 중 상당수는 무조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지지와 비판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정치적으로 세련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중도이념 세력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정치 세력화하지 못한 이유는 세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중도세력은 내적 이질성이 높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내부에서 찬반이 갈라지기도 한다. 그 결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정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집중된 힘을 결여하고 있다.

둘째, 중도이념을 대표할 정치 지도자가 없었다. 합리성과 현실적 타협을 중시하는 중도 성향은 대안적 비전을 제시할만한 지도자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구심점을 갖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언론은 속성상 다른 집단과 갈등적이고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에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중도이념 집단은 중첩적 특성을 갖는다. 외형상 일관성과 정체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언론은 사안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이들의 복잡한 특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중도 집단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진보나 보수 중 누구도 정치 권력을 획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랫동안 중도이념을 가진 시민들이 침묵하는 다수로 남아있었다. 진보성향의 지난 정부에서 비판적인 뉴라이트가 생겨나는 것처럼, 이념적 대립이 뚜렷한 집단들은 결속력이 높다. 그러나 중도집단은 적대시할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에 결집 욕구가 강하지 않다.

중도세력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 다수의 이념이라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갈등완충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중도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진보와 보수세력은 이념적 지향점을 순화시킨다. 만일 중도집단이 중시되지 못하면 긍정적 정치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회·정치적 갈등의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다.

중도가 시민사회 주도해야

현 시점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중도세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정치적 세력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중도적 시민단체의 육성이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시민사회는 진보의 전유물로 간주되었지만, 이제 중도세력이 주도하는 시민사회로 바꾸어야 한다.

시민 집단이 진보와 보수의 주장을 평가하고 정치적 승자를 결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정치의 관점에서 진보와 보수를 견제할 중도적 시민단체를 키워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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