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는 날씨 대책에 좌우될 것이다.'독일의 프리드헴 슈바르츠
(Friedhelm Schwarz)는 <날씨가 지배한다> 라는 책에서 날씨와 기업경영의 관련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올 겨울 지구촌을 강타한 한파와 폭설, 칠레와 아이티 지진, 화산재 항공대란, 봄철 이상저온과 농산물 생육 저하, 전통적인 삼한사온의 실종…. 이제 기업은 날씨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날씨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2002년 보고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 비율이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기업의 80%는 날씨에 따라 수익이 영향을 받는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농업 임업 수산업 건설업 보험 부동산 등 기상에 민감한 산업이 GDP의 42%를 차지한다. 이를 우리에게 적용하면 GDP의 52%에 해당하는 산업이 기상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세계는 지금 온실가스 감축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탐지하고, 대기의 미세한 분석을 위해 새롭고 다양한 기상관측과 기후변화 감시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기후ㆍ기상 변화에 적응하는 대책과 관련한 '기상 산업'이 녹색산업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는 기상이변에 따른 손실이 2100년까지 세계 GDP의 5~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부는 법체계를 정비하고 기상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기업은 기상이변 대응을 경영의 한 축으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7도나 올랐다. 집중호우도 1970년대와 비교해 2배 정도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경제적 손실은 22 배나 급증했다. 과거 자연재해로만 여기던 날씨가 이제 기업 경영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날씨의 영향이 커지면서 기상정보의 중요성과 날씨경영의 효과를 새로이 인식, 기업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상정보를 활용해 기업 의사결정을 전략적으로 계획하는'날씨 대응팀'이 생기는가 하면, 유통업체에서는 기상정보를 활용해 상품 주문량을 결정하는 기후 리스크 관리(Climate Risk Management)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443억 원 규모인 국내 기상사업 시장은 5년 안에 1,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단순한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갈수록 커질 것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의 접속자 수는 연간 1억 명을 넘는다. 하루 평균 30만 명에 달하고, 날씨가 궂은 날에는 100만 명이 넘는다. 기상정보에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오늘날 봉이 김선달이 있다면 날씨로 돈 벌 궁리를 할 만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애쓰는 기업에게 안정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날씨 사업은 안성맞춤이다. 날씨는 지역 인종 성별 연령대를 떠나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킨 맞춤형 기상정보는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세계 최고를 꿈꾸는 민간 기업들이 이제 눈을 돌려야 할 블루오션이 바로 기상산업이다. 이제 기업들은 날씨와 기후를 유가 환율 금리 등과 같은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정해, 기상이변에 대한 예측과 대응, 사후기록 등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이학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