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업계의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이 경품 싸움을 넘어 가격 덤핑으로 확대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고속 인터넷업체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월 3만원대에 이르는 초고속 인터넷 상품을 1만원대에 판매하는 등 가격 덤핑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과거에는 수십 만원대 경품을 제공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나친 경품 제공을 단속하자 가격 덤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KT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연간 요금이 37만원인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TV(IPTV)를 묶은 결합상품을 1년 이용시 17만원에 할인 판매한다. 월 1만5,000원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인터넷전화(VoIP), 이동통신까지 초고속 인터넷과 결합하고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월 1만3,000원에 제공하는 초저가 대리점도 있다.
이에 뒤질세라 타사들도 1만원대 요금 경쟁에 합류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텔레콤도 일부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각각 1만원대에 파격 할인해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무료 제공 기간도 과거 3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늘린 곳도 있다.
현금 마케팅도 여전하다. 일부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지역에 따라 여전히 40만원 이상의 현금 제공을 미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 바람에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1분기 들어 크게 증가했다. KT의 경우 올 들어 3개월 동안 13만6,784명이 증가했고 SK브로드밴드는 3만2,244명, LG텔레콤은 5만5,610명 등 총 22만4,638명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가격 덤핑의 효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벌이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지급하는 가입자 유치 수당을 일부 대리점이 경품으로 제공하거나 가격을 깎아주고 대납 처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덤핑이 신규 가입자에 집중되다보니 가입자 차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존 가입자는 물론이고 장기 가입자는 가격 덤핑이나 현금 제공에서 배제돼 있다. 심지어 일부 대리점은 타사 위약금까지 물어주며 가입자를 빼가,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의 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초고속 인터넷 업체 대표들은 과도한 마케팅비 사용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입자 차별 문제가 불거지자 KT는 아예 무료 이용기간을 명시한 약관 도입을 진행중이다. KT 관계자는 "대리점 별로 제공 가격이 너무 틀리면 가입자 차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가입 초기 3개월은 무조건 무료 제공 기간으로 명시하고 대신 대리점에 제공하는 경품 등을 줄이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명기한 수정 약관을 방통위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최근 초고속 인터넷업체들의 과다한 경품 제공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으나 업체들의 행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아 조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을 총량 규제하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 중"이라며 "조만간 가이드 라인이 마련되면 이용자 차별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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