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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밀번호 만들면 국회 대리투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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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밀번호 만들면 국회 대리투표 사라질까

입력
2010.04.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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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국회의원 대리투표 방지법’이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있는 개인 단말기 터치스크린에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법안 표결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다. 재적 의원 중 5분의1 이상이 ‘대리투표가 우려되는 법안’이라고 인정하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 표결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 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본인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굳이 법으로 강제하려는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난해의 부끄러운 풍경이 떠올랐다. 지난해 7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미디어법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들이 험악한 몸싸움을 벌였다. 법안이 통과된 뒤 야당은 “몸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다른 여당 의원들의 단말기에서 대리투표를 했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부인했다. 여야의 진실 게임은 야당들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로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10월 헌재는 대리투표가 벌어진 사실과 그 위법성을 인정했다.

헌재 결정을 둘러싸고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여야는 “대리투표 논란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4월19일 운영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한나라당 김정훈 간사는 “국회법 개정안은 대리투표를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 우윤근 간사도 “대리투표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이견을 제기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소위가 끝난 뒤 의원들 사이에선 “언젠가 동공이나 지문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법도 나오는 게 아니냐”는 농담이 오갔다고 한다. 의원들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런 농담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리투표를 방지하는 장치나 법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려는 의원들의 의식 수준이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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