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일가가 착용했던 의복과 장신구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27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 5월 23일까지 여는 '영친왕 일가 복식' 특별전에서는 일본에 머물고 있던 영친왕 일가가 1922년 귀국해 순종황제를 알현했을 때 착용했던 복식류와 각종 장식물, 장신구 등 333점이 전시된다.
이 유물들은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소장했다가 1957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1991년 5월 한일 정부 간 협상에 의해 환수됐다. 지난해 12월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 제265호로 지정됐다.
전시물 중 곤룡포(袞龍袍ㆍ왕의 예복)와 적의(翟衣ㆍ왕비의 예복), 자룡포(紫龍袍ㆍ왕자의 예복)는 왕과 왕비, 왕자 등 왕가 한 가족의 것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영친왕비의 적의는 1897년에 제정된 적의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110여년 전 왕실 복식의 전모를 보여준다.
장신구 가운데 은에 금으로 도금한 비녀 가란잠(加蘭簪)은 머리 부분에 연꽃과 난초, 새를 각각 청색과 보라색, 물색의 법랑(琺瑯ㆍ파란 유약의 일종)으로 입혀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주머니삼작노리개에는 가장자리에 신선을 상징하는 파초선이나 옥적(玉笛ㆍ옥으로 만든 피리) 등이 배치돼 있고, 한가운데에는 목숨을 뜻하는 수(壽) 자와 이를 둘러싼 박쥐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천연 산호로 만든 산호노리개, 백옥과 진주로 만든 백옥쌍나비노리개는 영친왕의 형인 의친왕 이강 공의 부인이 1941년에 영친왕비에게 선물한 노리개다.
국립고궁박물관 정계옥 유물과학과장은 "이들 복식 유물은 조선조의 마지막 궁중 장인들의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솜씨를 발휘한 것"이라며 "지금의 장인들이 복원할 수 없는 것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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