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은 '고래의 날'이었다. 고래의 날을 기념해 10여 명의 시인이 울산 '고래바다'로 고래 탐사를 나섰다. 일주일 전쯤 울산 방어진 동방 7.5마일 해상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밍크고래 3마리를 보았다. 나는 그 고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바다로 나갔다.
오전 내내 고래바다를 샅샅이 뒤졌지만 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인들이 고래를 찾고 있던 고래의 날 오전 11시쯤 해경은 포항시 북구 월포리 해상에서 밍크고래 2마리를 불법으로 포획한 사람들을 붙잡았다. 그들은 고래를 잡아 배 위에서 해체한 뒤 81개의 자루에 담고 있었다고 한다.
시인들이 열망으로 고래를 찾던 바로 그 시각이었다. 분명 내가 본 그 밍크고래 가족이었을 것이다. 고래가족은 먹이를 찾아 북상했다 참변을 당한 것이리라. 그들은 창으로 고래를 무수히 찔렀을 것이다. 고래는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든 피바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것이다.
남은 한 마리는 졸지에 가족을 잃고 어느 바다를 헤매고 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이런 불법 포획이 아니라도 우리 바다의 고래는 그물이라는 '지뢰'에 걸려 공개적으로 학살되고 있다. 2005년 550마리, 2006년 596마리, 2007년 606마리, 2008년 751마리…, 이 시간에도 고래는 죽어가고 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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