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은 이미 한반도 수준을 넘어 국제사회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그제 홍콩에서 열린 국제미디어 관련 행사에서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이 현재 추정대로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우리 정부의 대북 직접 대응 조치와 별도로 유엔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 차원의 논의도 불가피하다. 이 경우 미국과 함께 한반도 주변 질서에 중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입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처해 가는 과정에서 대미외교 못지않게 대중 외교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중국은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불행한 사건"이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짤막한 논평도 천안함 침몰 후 20일이나 지난 4월 20일에야 나왔다. 우리 정부와 유가족에 애도의 뜻을 표한 것도 공개적인 방법이 아닌 외교경로를 통해서였다. 혈맹관계인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한반도의 민감한 사안에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입장 탓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 사건에 언제까지나 방관자로 남아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해의 안전과 평화가 중국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천안함 후폭풍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자신들의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도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내의 핵심국가로서도 역내의 긴장유발 행위를 제어ㆍ응징하고 안정과 평화 유지에 기여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은 중국에도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과 일본, 러시아 정부에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전에도 중국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0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중요한 기회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어떠한 도발행위에도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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