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녀가 해냈다. 오은선(44ㆍ블랙야크) 대장이 27일 오후 6시15분(한국시간) 안나푸르나(해발 8,091m) 정상에 올라 여성 산악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등반은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66)가 세계 최초 14좌 완등에 성공한 이후 24년 만에 이루어진 여성 등반사의 쾌거이다. 관련기사 3면
오 대장은 당초 24일에 정상을 공격하려다가 악천후 탓에 캠프1(5,100m)로 내려왔다. 대원들을 추스린 오 대장은 25일 다시 캠프2(5,600m)에 오른 후 26일에는 놀라운 속도로 캠프4(7,200m)까지 치고 올라간 뒤 마지막 휴식을 취했다. 드디어 27일 새벽 5시 캠프4를 출발한 오 대장은 12시간을 넘는 목숨을 건 산행 끝에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 14좌 완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무산소로 이뤄내 더욱 값진 성과였다.
정상에 선 오 대장은 생중계된 카메라를 통해"여러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되뇌었다. 그는 "이 기쁨을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나누겠습니다"라고 말을 잇고 "엄마, 아빠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고 덧붙였다.
오 대장의 도전이 이날 실패했다면 14좌 완등의 주인공은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37)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파사반은 지난 17일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해 13좌까지 마친 상태로 내달 초 마지막인 시샤팡마에 도전할 계획이다. 며칠의 시간을 두고 벌인 세기의 라이벌전에서 결국 오 대장이 웃음을 짓게 된 것이다.
■ 李대통령 "인간승리 자랑스럽다" 축전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오은선 대장에게 "오 대장의 완등은 과연 도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인간승리의 과정으로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다"며 "이번 완등은 산악인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위대한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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