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리그에 돌입한 여자프로농구가'강지숙 사태'로 시끄럽다.
금호생명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강지숙(31)은 원소속팀과의 1차 협상 마감일인 지난 23일 우리은행의 홍현희와 맞트레이드됐다. 그러나 강지숙은 지난 22일 "협상결렬서를 작성한FA 선수의 트레이드는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트레이드 불응 문건을 변호사를 통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제출한 뒤 우리은행과의 계약을 거부하고 나섰다.
일단 여자농구는 규정상FA가 된 선수들에 대해서도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 또 협상 기간 중이었다면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FA 자격이 유지가 된다. 강지숙의 원소속팀은 우리은행이 되는 것이다. 선수는 희망연봉보다 구단이 높은 액수를 제시하면 계약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맹은 두 팀의 트레이드를 승인했고, 연봉상한금액(2억2,500만원)을 제시 받고도 우리은행과의 계약을 거부한 강지숙의 2차 협상권을 박탈한 상태다.
진실 공방의 쟁점은 강지숙이 작성했다고 주장하는'협상결렬서'다. FA 선수가 2차 협상 에 나가기 위해서는 원소속팀과 양식에 의거한 협상결렬서를 작성해 연맹에 제출해야 한다. '예비' 협상결렬서에 불과했다는 금호생명 측의 반박이 아니더라도 연맹에서 받지 못한 협상결렬서의 실체와 진위 여부에 강지숙은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강지숙이 더욱 궁지에 몰린 건 문제의 녹취록이다. 강지숙은 지난 20일 김영주 감독, 김경철 사무국장과 함께 한 세 번째 협상 내용을 몰래 녹취해 인격적인 모독을 당했다며 이를 23일 증거자료로 연맹에 추가 제출했다. 수년간 동고동락했던 감독, 프런트에 대한 불신의 도를 넘어선 행위다.
강지숙은 우리은행에서 제시한 연봉상한금액마저 거부했다. 트레이드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강지숙이 선임한 법무법인은 A구단의 법무법인과 일치한다. 8분 분량으로 편집된 녹취록과 달리 1시간 20분 가량의 '풀버전'에는 강지숙과 A구단과의 사전 접촉이 의심되는 결정적인 단서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접촉이 적발되면 해당 구단은 벌금을 물고, 선수는 당해 년도에 코트에 설 수 없다.
전력 보강 욕심에 한 구단을 비인격적이고 몰상식한 구단으로 몰고 갔던 강지숙과 A구단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갈 위기에 봉착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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