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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몰라" 외국 학생 급증해 캠퍼스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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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몰라" 외국 학생 급증해 캠퍼스 골치

입력
2010.04.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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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A대학 4학년 김모(24)씨는 '천덕꾸러기' 외국인 학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영학과 수업에서 같은 팀원이 된 중국인 유학생 두 명이 한국어를 거의 못해 한국 학생 둘이서 발표 과제를 고스란히 떠 안았기 때문. 수강생 80명 중 20명 가량이 외국인인데, 어떤 팀은 한국인 1명에 외국인이 4명인 곳도 있다. 김씨는 "외국 학생 상당수가 한국어 실력이 형편 없어 같은 팀원인 한국 학생들만 덤터기를 쓴다"며 "한국어도 안되면서 유학 온 애들이나 이를 무작정 입학시키는 학교 모두 한심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한국어 구사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채 외국인 학생을 마구 선발해 캠퍼스 곳곳에서 잡음이 나고 있다. 한국어에 까막눈인 외국인들이 무더기로 입학하면서 교수나 학생들은 수업 질이 떨어진다며 아우성이지만, 대학 측은 재정 확보 차원에서 외국 학생 유치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본보가 유학생이 많은 국내 대학 상위권 29곳을 확인한 결과 서류전형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성적 제출을 요구하는 곳은 15개 대학으로 절반 정도에 그쳤고 한국어 면접을 보는 곳도 13개(45%)에 머물렀다. 특히 지방대는 대부분 한국어 능력을 아예 보지 않고, 그나마 한국어를 검증하는 학교도 대부분 중 1ㆍ2학년 회화 수준인 토픽 4급 정도만 요구하고 있다. 해외 유명 대학 입학 시 TOEFL(미국), IELTS(영국), HSK(중국), JPT(일본) 등 나라별 공인 언어시험 점수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학들은 학생을 일단 입학시킨 후 자체교육을 한다고 항변한다. 서울 모 대학 관계자는 "종합적인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어는 입학 후 교내 어학교육원에서 가르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외국 유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삼고 있다.

한국어를 못하는 유학생들 탓에 한국 학생들만 고역이다. 외국 유학생들의 과제를 떠맡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 청주대 4학년 김모(24)씨는 "유학생이 답안을 제대로 못써도 일정 학점을 준다"며 "상대평가 과목의 경우 국내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고도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학 모 교수는 '과제물 미제출자는 F학점 처리한다'고 공지하면서도 유학생은 언어인지능력의 문제로 제외했다.

교수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 교수는 "유학생들이 강의를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성균관대 온라인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는 유학생 한국어 실력이 떨어져 한국학생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100개가 넘게 달렸다.

이 같은 사정에도 대학 측이 외국 학생을 마구잡이로 뽑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돈벌이'수단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생은 정원 외 선발이어서 학교 마음대로 선발기준과 규모를 정할 수 있다. 선발기준을 최대로 낮춰 많이 뽑을수록 재정에 도움이 된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 부족에 허덕이는 일부 지방대는 외국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외국인 학생들이 많을수록 정부의 대학 평가 점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은 7만8,000여명. 2003년의 1만 2,300여명에 비해 7년 새 6배나 늘어났다. 박동호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경희대 국문과 교수)은 "외국인 학생들의 낮은 선발 기준이 결국 국내 대학의 대외 이미지를 되레 실추시킬 수 있다"며 "대입용 토픽을 만들어 입학기준을 강화하고 한국어 랭귀지 스쿨 이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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