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理念)도 여야(與野)도 따로 없었다. 천안함 희생장병 장례 이틀째인 26일 고(故) '천안함 46용사(勇士)' 영정 앞에 찢기고 나뉜 나라가 이날만큼은 하나가 됐다. 천안함 46용사들의 넋이 잠들어 있는 경기 평택 해군2함대 내 대표합동분향소는 거대한 '용광로'인양 대한민국을 아울렀다.
특히 침몰 사고 한 달만인 이날 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을 비롯한 생존 승조원들 52명이 사고 발생시각인 '오후 9시22분'에 맞춰 대표합동분향소를 찾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동료들을 조문했다. 이들은 분향에 이어 주검으로 귀환한 동료 장병들에게 거수 경계를 올린 뒤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으며 전우를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전사자 유가족들을 만난 생존 장병들은 다같이 큰절을 올린 뒤 희생된 전우들의 평소 군 생활과 함상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가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일부 유가족은 생존 장병들을 보고 감정에 북받쳐 오열하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도 정쟁(政爭)은 잠시 접어둔 채 고인들의 영정 앞에 머리를 숙였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한 소속 국회의원 12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50분께 평택 2함대 대표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애국정신과 넋을 기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 등 100여 명도 대표합동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도 분향소를 찾았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대법관 8명,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분향했다. 장수만 국방부 차관, 이상의 합참의장 등 군 고위 간부의 발길도 이어졌다.
국경을 초월한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버로우즈(Burrowes) 미2사단 주임원사와 마이클 W.레드마이어(Michael W.redmyer) 주한미군 해병대사령부 주임원사도 분향소를 찾았다. 버로우즈 주임원사는 "미군이든 아니든 전사(warrior)의 희생은 똑같이 고통스럽고 가족들을 보면 슬픔을 느낀다"며 "더 많은 미2사단 부대원들이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이성기기자
이준희ㆍ한동훈ㆍ연유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