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 하나하나 나무에 건다
말라가는 몸속에 가시가 녹아든다
이파리마다 숨는다
찾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지만
언어의 비늘이 의식의 흔들림으로 변하는 건 물고기를 닮았다
행간으로 이어진 그물 사이사이 고개를 내미는
물고기 눈동자가 손맛처럼 느껴질 때 생각이 떠오르는 건
놓치면 커져버릴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렵게 얻은 자식만 귀한가
물고기 하나 싱싱하게 퍼득이면 잠도 안 온다
나무를 보니 그 많던 물고기 어디로 갔나
나이 마흔셋 돌아보니
불타오르던 시절은 가고 누군가 세상은 재만 남았다 한다
물고기 하나 손에 들고 나 서 있다
스스로 눈멀어 딸아이 잠든 줄도 모르고 책 읽어준다
점자처럼 희미한 세상 손끝으로 헤아리니
만져지는 건 거대한 물고기 눈동자를 감싸던 투명한 눈꺼풀이었다
타다 남은 비늘 몇 조각이었다
● 어제 거제도의 음식에 대해서 왈가왈부 사람들끼리 얘기하는데, 어떤 선배가 직접 가서 물고기를 낚아서 먹으면 되는 것이니 각 지역의 음식 맛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강원도 산골에 사시는 선배인데, 언제 낚시의 달인이 되셨다는 말씀인가 물었더니 낚시는 선(禪)에 드는 일이라는 대답. 그 선배 믿고 있다가는 굶어죽기 딱 좋겠다는 걸 한 눈에 알겠더군요.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저도 선에 잘 들어갑니다만(그러다가 좀 졸기도 합니다만), 그게 잡히지 않는 물고기 때문이었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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