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년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5,870명. 매달 500명 가까이 도로 위에서 숨졌다는 얘기다. 끔찍한 비유지만 비행기로 친다면, 매달 250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두 대씩 추락한 셈이다.
#2. G20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소득수준, 자동차 보유율은 모두 10위권. 하지만 사망률로 따져본 교통안전서열은 15위로 최하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가면, 29개국 가운데 거의 꼴찌(26위)다.
올 11월 G20 서울정상회의,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와 여수엑스포 그리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개최될 세계적 규모의 정치ㆍ경제ㆍ스포츠 이벤트들을 앞두고 국격(國格)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격의 바탕이 되는 기초질서,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사회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교통안전은 여전히 후진국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화려한 국제행사를 유치한다 해도, 교통안전과 관련된 문화와 관행, 제도가 총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격의 레벨업'은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련시리즈 면
26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2008년 한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1만5,822건. 하루 평균 591건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사망자 외에 부상자수도 929명(전체 33만8,962명)에 이르고 있다.
그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사고 처리 및 보상, 행정비용 등을 감안한 2008년 교통사고 관련비용은 무려 10조8,135억원. 국내총생산(GDP)의 1.1%, 국가예산의 6.2% 규모다. 전국 68만여 가구(4인가족 기준)의 1년 최저생계비와 맞먹는 액수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고로 초래되는 각종 혼잡비용과 환경훼손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한 해 30조원 이상이 낭비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은 교통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의 차량 1만대 당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는 1.46명.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배가 넘는 3.1명이다. 미국(1.6명), 프랑스(1.2명), 독일(0.9명), 일본(0.8명)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높은 사고율은 결국 자동차보험료의 주요 인상요인으로 작용, 운전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교통안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교통 문화와 시스템에서 찾는다. 소득이 높아져 자동차는 늘어났지만 운전문화와 관행, 교통인프라가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지나치게 차량에 쏠린 교통 인프라와 미성숙한 운전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교통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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