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민군 합동조사단이 어제 선체 절단면 및 내외부 조사 결과 수중 비접촉 폭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추정했던 이른바 '버블 제트'에 의한 폭발과 절단임이 한결 분명해졌다. 비접촉 폭발이 어뢰에 의한 것이든, 수뢰에 의한 것이든, 모의 실험을 통해 폭발 위치와 위력을 밝히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다니 실험 결과가 조속히 나와 구체적 원인이 특정되길 기대한다.
조사단 발표에 따르면 천안함을 반으로 가른 절단면이 억지로 잡아 뜯은 듯한 데다 안으로 심하게 휘어 있어 외부로부터 폭발력이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선체 안팎에 접촉 폭발의 흔적인 그을음이나 금속 용융(鎔融) 흔적, 선체가 뚫어진 흔적이 전혀 없는 데서 나온 합리적 추정이다. 더욱이 탄약고나 연료탱크 등이 손상되지 않았고, 전선의 피복 상태가 양호하며 내장재도 불탄 흔적이 없어 전기ㆍ연료 계통의 화재나 내부폭발 가능성은 사라졌다. 또한 바닥에 긁히거나 충돌한 흔적이 없고 해저에서 회수한 '소나돔'도 멀쩡해서 좌초 가능성은 배제됐다. 절단면 상태로 보아 금속피로에 의한 피로파괴 가능성도 없어졌다.
절단과 침몰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이 공식적으로 정리된 만큼 이제 남은 문제는 외부 폭발이 누구의, 무엇에 의한 것이었나를 밝히고, 그에 걸맞은 대응자세를 가다듬는 것이다. 무리한 추측에 근거한 혼란을 바로잡고, 진지하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46명의 희생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장례 준비도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25일부터 영결식이 열리는 29일 오전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29일을 '국민 애도의 날'로 각각 선포했다. 평택 2함대사령부와 전국 16개 광역도시 등에 설치된 분향소도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정부가 인양작업을 돕다가 침몰한 금양호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반갑다.
5일간의 애도기간과 해군장은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응이다. 국가안보 일선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은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멀지 않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국가적 애도분위기를 지나치게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정치적 이용 논란을 부르기 쉽다.
여야가 기본 원칙에 합의한 국회 진상조사특위의 활동이 도를 넘지 않길 바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외 전문가들을 망라한 합동조사단에 맡겨도 충분하지만, 정치권도 성의와 노력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다만 진상 규명보다는 정치적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구태는 삼가길 여야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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