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4만호를 줄이느라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공적자금 성격의 이 자금은 회사채 보증(1조원)과 입주예정자 융자(1조원)를 합치면 7조원이나 된다. 주택건설업계의 심각한 위기는 금융권과 하도급업체의 동반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민간 기업의 재고물량을 떠맡는 게 옳은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난 시기는 현정부 출범과 맞물려 있다. 시장 적정 수준인 5만7,000~7만4,000호였던 것이 2007년 말 11만2,000호로 증가하더니 2008년 말과 2009년 초엔 16만6,000호로 급증했다. 이후 각종 세제혜택 등으로 현재 11만6,000호까지 끌어내렸으나 이번에 또다시 '특혜 처방'을 내놓았다. 건설경기를 부양해 '일단 짓고 보자'는 인식을 심어주고, 뒷감당을 못하게 되자 국가부채인 공적자금을 내놓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책에 대한 과오 수습은 정책으로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인 원인은 입주 희망자들의 유동성 부족만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문제, 보금자리주택 과잉 공급 등과 맞물려 있다. 건설업계가 이번 조치에 시큰둥하고 시장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 식 대증요법만 들고 수습에 나설 일이 아니다.
돈을 끌어들여 막무가내로 지어놓고 정부만 바라보는 주택건설업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크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문제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지만,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병행돼야 한다. 종합적 아파트 미분양 대책을 밝히고, 구조조정의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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