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에너지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경제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은 점점 예측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철저한 에너지 절약과 함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필요하다.
사실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는 시스템은 이미 있었지만 우리는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수입에너지의 가격을 소매요금에 연동시키는 연료비 연동제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생활 패턴을 전환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유인하는 가격시그널 기능(가격변동에 따라 소비자가 소비를 조절하도록 하는 기능)이 이 제도의 특징이다. 이미 미국 및 일본 등 다수의 선진국과 국내의 여러 산업(항공, 도시가스, 열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연동제 시스템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 추세일 때는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에너지 가격이 하락 추세일 때는 연동되는 요금이 하락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내년 7월에는 전기요금 부문에도 연동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석유 다음으로 높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기업의 원가관리 측면에서 연동제 시스템은 원가 예측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으며 가정에서도 매월 변동하는 연료비의 추세를 사전에 조회하여 향후 전기요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전력 사업자 입장에서도 통제 곤란한 연료비를 연동제 시스템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된다.
현재의 전기요금 조정과정은 연 1회를 원칙으로 전기공급에 드는 비용과 적정한 보수비용 등을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하지만 요금조정 협의과정에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어, 적시에 조정요인을 반영하기 힘든 구조이다. 2008년도의 연료비 폭등 사태에 따른 조정요인은 장기간의 요금조정 협의과정을 통해 2009년 6월말이 되어서야 반영이 되었지만 이때에는 연료비가 다시 안정 상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 조정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면 전기요금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연료비 부분을 수시로 반영할 수 있다. 전기는 생산하는 과정에서 1차 에너지의 60%정도는 손실로 없어지고 40% 정도만이 전기로 변환되는 프리미엄 에너지이다. 그렇지만 가격이 타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설정되어 있어 비효율적인 에너지 대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1차 에너지(석유, 가스 등)에서 2차 에너지(전기)로의 비효율적 대체로 인한 에너지 사용은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9,000억 원의 손실을 낳고 있다. 당장은 소비자들이 비싼 전기를 싼 가격에 마음껏 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의 급변 가능성이 잠재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도 전기 사용의 효율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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