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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ALA 문학포럼' 참석한 호 아인 타이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에 반응하는 것이 작가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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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ALA 문학포럼' 참석한 호 아인 타이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에 반응하는 것이 작가의 임무"

입력
2010.04.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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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인천 아시아ㆍ아프리카ㆍ라틴아메리카(AALA) 문학포럼이 사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25일 폐막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한 항공대란으로 해외 초청 작가 13명 중 미겔 바르넷(쿠바), 신디웨 마고나(남아공) 등 4명이 아쉽게 불참했지만, 국내외 참석 작가들은 분과 토론, 작품 낭독 행사 등을 통해 교유하며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세계문학을 모색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포럼에는 베트남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인 호 아인 타이(50ㆍ사진)도 참석했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타이는 현재 베트남 문단과 시장의 호평을 두루 받고 있는 소설가이며, 베트남작가협회 내 최대 조직인 하노이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실력자"라고 소개했다. 최근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번역된 장편 <섬 위의 여자> (1986)는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10여 개 언어로 출간된 장편 <붉은 안개 속에 나타나다> (1990)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둘 다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부터 1986년 개혁개방정책 '도이머이' 개시까지 베트남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다룬 작품이다.

포럼 행사장인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타이는 "4년 전 부산, 이듬해 경남 하동을 다녀간 데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왔다"며 "냉전 이후 뜸했던 세 대륙 작가들의 만남이 앞으로 매년 인천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속적으로 공통 관심사를 키워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타이는 <섬 위의 여자> 에 대해 "1980년대부터 베트남 사회에 번지고 있던 변화의 기운과 열망을 포착, 1986년 도이머이 정책 시행에 앞서 발표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엔 국가에 의해 강제수용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외딴 임업장에 배치된 젊은 여성 노동자가 인근 국영기업 직원과 정을 통해 임신하자 남성 간부가 그녀를 모질게 추궁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이는 "도이머이 시행 전에만 해도 베트남에서 미혼모는 식량 배급이 끊기는 등의 처벌을 받았는데, 내 소설을 비롯한 작가들의 문제 제기로 이런 처벌 규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타이는 "봉건사회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체제가 전환됐다고 해서 여성 차별 등 악습이 대번에 해소되진 않는다"며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적 모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작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당사자이긴 하지만, 국가가 세금으로 작가협회를 세워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건전한 문단 형성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 작가 박민규씨의 단편소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인상깊게 읽었다"며 "한국과 베트남의 문학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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