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의 공모가격이 주당 11만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금융권의 계산이 분주해졌다. 당장 주식시장에 시가 총액(약 22조원) 6위에 해당하는 초대형주가 탄생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10년을 끌어온 삼성자동차의 부채청산이 어떻게 이뤄질 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일단 삼성생명 공모가가 11만원으로 확정되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차 관련 부채 원금을 전액 털 수 있게 됐다. 삼성은 19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단 손실(2조4,500억원)보전을 위해,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액면 분할 후 3,500만주, 이하 분할 후 주식 기준)를 주당 70만원(액면 분할 후 7만원)에 내놓았다.
또 공모가격이 7만원(액면분할가 기준)을 밑돌 경우, 이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주식 500만주를 추가로 출연하겠다는 조건도 있었다.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공모가격이 마지노선인 7만원을 훌쩍 넘어선 11만원에 결정이 됨에 따라 일단 추가출연 없이 문제 해결책을 찾게 된 셈이다.
하지만 삼성이 해묵은 삼성차 빚을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남았다. 바로 연체 이자율 산정이다.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 지연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원금에 연 19%의 연체 이자율 붙여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고, 2008년 법원은 삼성측이 채권단에 연체 이자율 6%를 적용해 지급하라고 판결을 했다. 양측이 모두 불복하자 상급법원은 올해 초 열린 2심 재판에서 연체이자를 70% 삭감하는 대신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500만주를 추가로 내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양측 모두 거부함에 따라 재판이 연기된 상황이다.
현재 현재 채권단이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은 2,334만주. 당초 3,500만주 가운데 서울보증보험이 2000년 1,160만주를 주당 7만원에 유동화해 8,120억원을 현금화하고 남은 것이다. 삼성이 부담해야 할 부채 원금은 1조6,338억원(2,334만주*7만원)인 셈이다. 원금은 삼성생명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2,334만주*11만원=2조5,674억원)만으로도 충분히 갚을 수 있다.
문제는 이자다. 만약 1심 재판대로 연체 이자를 연 6%로 할 경우 빚 규모는 2조4,000억원 정도에 머물러 삼성생명 상장만으로 빚 청산을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채권단의 요구대로 연체 이자율을 19%로 적용할 경우 전체 빚이 4조원으로 불어나 삼성측이 1조5,000억원 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법정에서 조정을 해야 하는 터라 양측 모두 지극히 말을 아끼는 중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가 형성되면서 결국 법원의 중재안 범위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체 이자율 6%내외면 삼성도 추가 부담 없이 빚을 청산할 수 있고,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3만원 내외에 평가를 해놓은 채권단 입장에서도 주당 8만원의 추가 평가 차익이 생기는 만큼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며 "법정 공방보다는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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