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라선과 신의주 등 북중 국경지역에서 경제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은 폐기되고, 북중간 경제특구 개발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장 자크 그로하(사진)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소장 겸 세계유럽비즈니스기구(EBO) 회장은 25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은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남북경협과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 주요 정당과 사회ㆍ산업계 단체 등의 대표가 참여하는 초당적 기구를 구성해 장기적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출신인 그로하 소장은 덴마크 주재 프랑스 무역대표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중국 연수시절 북한 지하자원 수출 업무를 하던 홍콩 북아시아컨설팅 사장으로 발탁돼 1984년부터 93년까지 10년간 평양에서 살았다. 그는 이후 지금까지 EUCCK 상임소장을 맡아 유럽 기업인들이 방북 할 때마다 수시로 동행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라선과 신의주 개방조치와 관련 "북한에게 2012년은 여러 이유로 매우 특별한 해"라며 "2012년까지 경제적 강성대국 진입은 북한의 국가적 전략으로 북한은 이미 10년 전에 발표한 내용을 회생시키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미얀마와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접경국가들과 현재 북중 경제협력과 유사한 사회간접자본(SOC)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했기 때문에 향후 실현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 보인다고 그는 전망했다.
그렇다면 라선과 신의주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그로하 소장은 "강력하고 투명한 법률체제의 정비는 당연한 요건이고 기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잠재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방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게 지역적 비교우위와 차별적 경쟁력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의주는 중국 동북지역 개발계획에 맞춰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고, 라선은 말레이시아_싱가포르 국경에서처럼 이상적인 물류 및 프로세싱 특구로 발전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로하 소장은 북중간 협력이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국과 일본이 19세기말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한반도에 개입한 상황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통일이 외부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되지만, 글로벌 시대에 이 같은 개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모든 대화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단기적 국내정치 변수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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