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면해도 '이익우선' 리더십엔 큰 흠집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각) 전 세계 직원들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골드만삭스가 창사 이래 중시해 온 기본적 가치들, 팀워크와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자 한다. 골드만삭스는 지금껏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묵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소한 사기 혐의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주 뉴스메이커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또 한번 충격에 몰아넣은 '골드만삭스 쇼크'의 '몸통' 블랭크페인 CEO다. SEC가 그를 직접 타깃으로 삼지는 않고 회사와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만 기소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 그와 미국 금융당국의 양보할 수 없는 혈투가 시작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에서 그의 입지는 굳건하다.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지 30년. 줄곧 트레이딩 업무에 몸 담아온 그는 임원진마저 트레이더 출신의 이른바 '로이드 충성파'로 구성하며 골드만삭스의 기업문화를 이익 우선주의로 바꿔 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4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순익이 91%나 급등한 것엔 그의 힘이 컸다는 관측이다. 이사회 역시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외부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임원들을 주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장악해 왔다"고 분석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사를 '돈 버는 기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결사 항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블랭크페인 CEO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설사 그가 법적 책임을 면한다고 해도 이미 명성과 리더십에 큰 흠집을 입은 상태. 일각에서는 결국 투르 부사장만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이달 27일 의회 청문회를 시작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은 점점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액 보너스 규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1억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을 것이라는 소식도 그의 도덕성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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