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레드셔츠)와 친정부 시위대(옐로셔츠)가 방콕시내에서 대치중인 가운데 22일 밤 수류탄 폭발로 최소 3명이 숨졌다. 특히 이번 폭발사건이 서민층 주도의 레드셔츠와 중산층이 대다수인 옐로셔츠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키워 태국 사태가 '민-민'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태국 정부는 23일"지난 밤 방콕 라차프라송 거리 인근에서 레드셔츠 진영이 옐로셔츠 시위대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5차례의 폭발물 사건이 발생, 3명이 사망하고 75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텝 타웅수반 태국 부총리는 "M79수류탄이 레드셔츠 진영에서 발사됐다"며 혐의를 레드셔츠에 돌렸다. 군 당국 대변인도 "방콕시민을 인질로 잡고 시위를 벌이는 행위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시위를 접고 떠나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고 레드셔츠를 향해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태국정부가 22일 폭발사건의 주범으로 레드셔츠를 지목하고, 시위대 강제해산을 위해 병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어 조만간 양측의 대규모 충돌이 예상된다. 수류탄 발사 혐의를 부정하는 레드셔츠는 23일 오후에도 라차프라송 거리에서 타이어로 담을 쌓은 채 죽창으로 경찰에 맞서고 있다. 수 십만 명에 이르는 레드셔츠 시위대는 2㎞가까이 길게 줄을 서 도심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22일 사건이 레드셔츠의 무력 해산을 용이하도록 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방콕 출라롱콘 대학의 한 교수는 "폭발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추측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정부가 레드셔츠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핑계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AP에 밝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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