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 29일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백령도를 기자들이 대신 하고 있다. 인천에서 배로 4시간,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던 백령도는 아직 겨울이다. 하루 종일 바닷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지켜야 하는 사진기자들은 겨울 외투를 벗을 수 없다.
똑같이 반복되는 수색과 인양작업, 하지만 신문에 매일 같은 장면을 실을 순 없는 일이다. 피사체가 달라야 하고 앵글이 변해야 한다. 때로는 산을 오르고 때로는 해변에 엎드리기도 한다.
해상 작업 크레인을 주시하는 망원렌즈에 머리를 내민 물범이 포착됐다. 대형 크레인도, 망원렌즈도 물범에겐 낯 선 풍경이다. 물속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을 그 눈망울에 호기심과 안타까움이 베어있는 듯하다. 한 발짝이라도 더 진실에 다가서려는 취재진의 마음과도 닮았다. 조국의 부름에 의무를 다하다 희생된 장병들의 명복을 빈다.
손용석 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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